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공판이 열리기 전부터 진술번복을 계획했던 정황이 한 씨 수감동료의 법정증언에 의해 드러났다.
당초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자백했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불안감을 느낀 탓에 기존 진술을 뒤엎고 증인에게 위증교사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씨는 대질신문에서 “소설 쓰고 있다”며 증인의 증언을 완강히 부인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우진)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7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모 씨는 “한만호 사장이 (지난해) 8ㆍ15 특사를 기대했다가 (뜻대로) 안되니까 흥분해 ‘도마뱀 꼬리자르기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 증언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 협조했는데도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았던 데 대해 한 씨의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또 “‘방송에 자기와 제일 친한 사람이 구속됐다는 게 나왔다’며 ‘안건드려야 할 사람 건드렸다. 하필 제일 친한 사람 건드렸다’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한신건영의 대출을 주선하고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시중 은행 지점장 김모 씨를 구속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사건과 무관한 개인비리”라고 설명했지만 한 씨는 본인에 대한 ‘압박카드’로 느꼈을 개연성이 크다. 이후 수사진 가운데 한 명이 상(喪)을 당해 조사가 뜸해지자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같이 잡아넣으려는 것 아니냐”고 한 씨가 불안해했다고 김 씨는 증언했다.
한 씨는 결국 진술을 번복하기로 마음먹고 신문기사 스크랩을 통해 방어논리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예로 들며 재소자들끼리 모의 ‘심리싸움’을 하기도 했고, 2007년 8월 5억원을 다른사람에게 빌렸던 김 씨에게 “차용증을 쓴 시기가 (돈을 건넨 시기와) 맞물리니까 나한테 돈을 빌린 걸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또 “평소 수면제를 먹는 걸 이용해 정신과약 먹는 ‘또라이’라고 하려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씨는 김 씨와의 대질신문에서 “김 씨에게 한 전 총리한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거나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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