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유체이탈!
몸은 제 자리에 있으나 영혼은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18세기 스웨덴의 철학자이며 과학자, 영성신학자인 ‘스베덴보리’는 스스로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영적 의미를 인류에게 전해주었는데, 천국과 지옥을 여행한 그의 말에 따르면 육체에서 이탈한 영혼이야말로 진정한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한다.
지금, 유민 회장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현성애야말로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몸은 비록 유민 회장의 곁에 있지만 정신은 어느새 권도일에게로 날아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때? 아직은 창창하지?”
유민 회장이 풀빵기계 돌리듯이 두 손으로 거칠게 그녀를 돌려 눕히며 말했다. 오늘따라 유민 회장이 야성적인 모습을 과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일종의 항변이었다. 주식을 충분히 소유하지 못한 꼭두각시 회장으로서의 설움, 그에 맞서 다량의 주식으로 당당히 위세를 드러내며 경영에 나선 아내 신희영에 대한 자격지심 등등일 것이었다.
“……”
강렬한 젖가슴의 애무에 이어서 유민 회장의 지겟작대기가 맥박에 맞추어 벌떡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를 거부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고? 이미 그녀의 영혼은 유체이탈을 통하여 권도일 상무의 옆자리에 다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의 육체인들 어떠랴. 그녀의 본질인 정신이 권도일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으, 으… 어때? 쓸 만하지?”
“좋으냐고!”
유민 회장은 그녀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계속 물었다. 이율배반 적인 모습이었다. 엎드려 기도하는 그녀의 등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형상은 영락없이 속죄하는 모습이었으나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것으로 보아서는 딱히 그렇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그가 하복부를 미친 듯이 밀착하더니 으으. 아아… 모르스 부호를 찍는 것처럼 짧은 신음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지겟작대기가 힘차게 진군하는 것인가? 엎드린 그녀의 목이 꺾일 정도로 힘이 가해지면서 골반에 통증이 느껴졌다.
‘오빠, 소리 질러도 돼?’ 라고 했던가? 지난번 권도일을 만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유체이탈에 들어선 그녀의 정신은 어느새 권도일과 사랑을 나누던 자동차 전용극장의 밀폐된 공간으로 날아가 있었던 것이다. ‘맘껏 질러! 영화 속에서도 비명 지르고 난리 떠는데 뭐 어때.’ 그녀의 정신은 어느새 지난날을 복제한 것일까. 그녀의 귓속으로는 권도일의 낭랑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중이었다.
“아~, 아~”
그녀는 맘껏 신음을 내질렀다. 그러자 공연히 신이 난 유민 회장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철썩 철썩 갈기면서 활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거칠고 무자비한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그녀는 무릎 꿇고 원산폭격하는 자세로 엎드려 헐떡였고, 간혹 울부짖기도 하면서 등을 구부린 채 두 팔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회장님, 레이싱 팀을 만들어 주세요. 아드님을 레이싱 선수로 만드시고요. 그래야 제가 살지요. 저는… 자동차 튜닝 전문가잖아요, 회장님!”
그의 뜨거운 지겟작대기를 온몸으로 견뎌내며 그녀는 이렇게 애원했다. 그녀의 육체 깊은 곳에서 복수의 불꽃이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들 유호성을 레이싱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 그래서 유호성이 레이스에 미치도록 해야 하는 것… 그것이 권도일과 약속한 복수의 방법 아니었던가. 자동차에 미쳐 달리는 병… 죽음에 이르는 병… 유호성이 그 병을 앓게 하는 것이야말로 그 애비, 유민 회장에 대한 복수임을 잊을 수 없었다. 복수를 위한 섹스? 웃기는 소리 같지만 철학적으로 보자면 무척 진지한 복수임에 분명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