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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21년 경영수업 ’신동빈의 롯데’ 어떻게 진화될까
지난해 기자와 처음 만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두 손으로 명함을 받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중에도 느릿한 느낌이 들 정도의 정성스런 인사였다. 롯데가 국내외에서 추진하는 인수합병(M&A)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짧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의견을 전했다. ‘겸손함과 수줍음, 차분함과 친절함’이 몸에 밴 신중한 사람이라는 측근의 얘기가 그대로 느낌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인터뷰 요청에는 난감해 했다. 수행하던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계셔서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과의 노출을 극도로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 입사 21년만에 재계 5위 ‘한국 롯데’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부회장이 된 지 14년 만에, 2004년 그룹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 지 7년 만이다. 이로써 44년 간 창업주 경영 체제를 고수하던 롯데가 2세 경영 체제의 막을 올리게 됐다.

신 회장의 승진은 대외활동상 직급 승진이 필요하다는 정책본부의 건의를 신격호 총괄회장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증시의 롯데쇼핑 동시상장을 위해 직접 IR에 나설 정도로 과감한 국내외 행보를 보인 신 회장이 ‘부회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글로벌 협상 등에서 불이익을 겪어왔다는 지적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마음을 움직인 것.

여기에 신 회장이 제시한 ‘2018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아시아 톱10 기업에 오른다’는 비전에 따라 보수적인 롯데의 문화가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지난해 총 61조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도 이번 승진을 이끌어 냈다.

신 회장은 예의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을 예정이다. 전용 엘리베이터없이 직원들과 같이 타고, 아랫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백화점 본점에서 국내 브랜드의 남성 정장을 직접 구입하는 등 안방에서 조차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의 겸손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신동빈 회장은 출발부터 여느 재계 2,3세와는 달랐다. 아버지 회사가 아닌 노무라 증권에서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보낸 8년은 그에게 ‘겸손’과 함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안목’을 배운 시간이었다. 덕분에 그는 차분히, 그러나 공격적인 M&A를 통해 그룹 사세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 회장의 회장 취임은, 재계에 후계 경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의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성연진 기자 @lovecomesin>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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