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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적과의 동침 (13)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유민 제련그룹의 사옥은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호성을 보호하고 있다며 연락이 온 곳은 중부경찰서였다. 그가 사옥 앞 광장에서 드라이빙 쇼를 벌인지 불과 20여 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허겁지겁 마치고 이제 막 회사로 돌아온 참이었다.

“거 봐요. 한강을 건너고 남산을 넘어가는 데에 불과 10여분 밖에 안 걸렸다는 뜻이잖아. 그 정도면 랠리 선수 자격이 있지 않아?”

유민 회장은 혼자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유호성이 벌인 데몬스트레이션으로 인해 궁지에 빠진 쪽은 유민 회장이었다. 전 직원이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가운데에 아찔한 도심 질주를 벌인 장본인이 유민 회장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자 직원들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미친놈’, 두 번째는 ‘그 아비에 그 아들’, 세 번째는 ‘돈 지랄하네’였다. 하여간 모든 반응을 종합한 결과 ‘돈이 원수’라는 것으로 대세의 가락이 잡혀갔다.

“시내 한복판에서 레이싱을 벌인 것쯤이야 벌금으로 때우면 되는 거 아닐까? 엄밀히 따지자면 속도위반, 차선위반, 신호위반 밖에 잘못이 없잖소?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전봇대를 부러뜨린 것도 아닌데 왜 잡아 가둔 거야?”

“공무집행 방해라잖아요? 경찰에게 난리를 피운 모양이지 뭐. 이게 모두 당신이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까닭이라고요.”

“또 쓸데없는 소리!”

불평 해봐도 소용없었다. 여론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하늘의 새도 떨어뜨린다는 위정자들도 자칫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면 낙마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닐까. 따라서 유민 제련그룹 스포츠마케팅 팀의 추진방향은 의당히 골프선수 육성 및 골프마케팅 쪽으로 방향이 굳어가는 중이었다.

“경찰서에 돈을 쏟아 붓든, 그 녀석에게 콩밥을 먹이든 내 알바 아니에요. 그러니 호성이 문제는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자동차 랠리 사업은 쫑 쳤다는 걸 명심하란 말예요. 차후에 그 녀석에게 자동차 키를 넘겨준다면 그 다음날로 이혼서류에 도장 찍을 줄 아세요.”

신희영은 이렇게 확실하게 못을 박은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닭 쫓던 개처럼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사람은 바로 현성애였다. 명색은 스포츠마케팅 팀 차장,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자동차 튜닝 전문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회사에서 자동차 랠리 사업을 접어버릴 위기에 봉착했으니 내심 답답하기만 했다.

“힘을 내자. 권력은 쟁취하는 자의 것이니까.”

현성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하물며 분명한 실력자인 유민 회장의 몸 친구인 입장에서 지렁이보다도 패기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그녀는 꿈틀거리기로 작심했던 것이다. 전쟁터의 군인들에 빗대자면 이른바 기습작전 벌이기, 승리한 줄 알고 의기양양 걸어가는 적군들의 배후를 공격하는 것… 독해져야 산다는 논리에 빠져든 그녀는 오늘 밤, 유민 회장을 품에 안고 그에게 기를 불어넣어줄 요량이었다. 외로움에 빠진 노인, 하지만 엄연한 제련그룹 대표이사에게 다시 한 번 몸을 던진들 무엇이 아까우랴.

“회장님, 아무래도 특공대 식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당장 아드님을 경찰서에서 빼내오고, 즉시 가까운 일본 레이싱 팀에라도 유학연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현성애는 아무도 없는 회의실 구석에서 유민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꼬드겼다.

“그래? 일본에 좋은 레이싱 팀이 있나?”

“일본만 해도 레이싱 선진국이에요. 많은 선수들이 카트로 입문해서 FJ경기로 올라서고, FJ에서 레이스 실력을 인정받으면 F3, F2를 거쳐 F1 선수로 올라서는 것이 레이서로 출세하는 방법이지요. F3부터 프로들의 세계라고 볼 수 있는데 나중에야 어찌될망정 F3팀에 합류시켜서 목숨을 담보로 하는 프로정신부터 키우도록 해야 마땅합니다.”

“나야 물론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마누라가 반대하는 걸 어쩌나. 마누라와 마누라 추종세력의 주식 지분만으로도 대표이사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현 양은 잘 알잖아?”

예상대로 유민 회장은 기가 죽어있었다. 그럴수록 오늘 밤새도록 기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순음지기… 처녀의 몸을 보시하여 기를 제공하자는 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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