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실무 회담에서 의제(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고위급 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늘 첫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냐”면서 “북한이 대화의 진전을 원한다면 (추가 실무 회담 등에서) 반드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군사 실무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문상균(오른쪽)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김도균 중령이 8일 오전 남북대화사무소를 떠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의 자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바뀌어야만 회담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대화의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곧 북한이 과거에 해온 ‘대화 제의→대화 파기→강경책 돌변→경제난→대화 제의’의 일방적 대화 방식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에 연연할 생각이 없으며, 대화를 원한다면 북측이 먼저 성의 있는 태도를 갖추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최근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주민뿐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동요와 항명이 잇따르고 있다는 내부 정보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화 재개의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지만, 현재 돌아가는 정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연평도 사건에 대해 남측이 사격 훈련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해를 침해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지금처럼 팽팽히 맞설 경우 남북 대화 무드의 물꼬를 터야 할 실무 회담이 의제를 둘러싸고 서로 갑론을박하는 장기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첫 예비회담에서 의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예비회담을 수차례 더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제 조율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로 예정된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 등 한ㆍ미 연합 훈련 일정상 고위급 회담의 급과 일정 등이 조기에 확정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 압박 외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북핵 6자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주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