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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적과의 동침 (8)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당신, 제 정신이 아니군요. 한 회사에서 골프 팀만 꾸리면 되지, 레이싱 팀은 또 뭐야? 대중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경기에 어째서 돈을 쏟아 부으려고 해요?”

신희영이 한숨을 내쉬는 통에 얇게 구운 마늘 슬라이스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그러자 마늘 슬라이스 아래에 숨겨져 있던 석화 굴 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가재 소스를 올리고 바다가재 향을 가미한 굴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거봐요, 바다가재 요리에도 굴이 함께 담겨 있어야 품위가 서는 법이야. 서로 다른 두 가지 요리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현대식 요리의 비법이라고.”

하긴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중화요리 집에서 자장면만 팔고 짬뽕을 팔지 않는다면 매출이 늘어날까? 줄어들까. 그러나 유민 회장이 악착같이 레이싱 팀을 고집하는 까닭은 분명했다. 정부기관의 높은 양반과 맺은 약속 때문이었다. 전략도 아니고 신의도 아닌… 두려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 때문 아니겠는가.


“하여간 나는 골프 팀만을 운영 할 테니 당신은 회사 사표 내고 나가서 레이싱 팀을 꾸리든 말든 알아서 해요. 내 아들 호성이는 골프선수로 키우고 말테야.”

급기야 신희영은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선언!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영토를 들끓게 했던 3.1 만세운동이나 근래의 독재정권 시대에 시가지를 가득 메우곤 했던 시위물결도 독립선언, 혹은 6,29선언 등으로 인해 불처럼 번지거나 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던가.

“알았어요, 왜 화를 내고 그래? 말로 하면 될 것을.”

일종의 레임덕 현상일까? 레임 덕(Lame Duck)은 현직에 있던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타나는 일종의 권력누수 현상이다. 즉 대통령의 권위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먹혀들지 않아서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 임기 말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그 현상이 지금 유민 제련그룹의 오찬 모임 밥상머리 앞에서도 생겨나는 중이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신 회장님. 역시 한 종목에 전념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요?”

신 회장님이라니… 마침 그 순간, 강유리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분명히 아내 신희영을 바라보며 회장님이라 부르지 않았는가? 아내의 성이 신 씨라서 신 회장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회장이란 의미로 신 회장이라 불렀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아니, 강유리 양…”

그러나 유민 회장은 강유리와 눈이 마주치면서부터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다. 그랬지. 그녀와는 몽골 평원에서 별을 바라보며 함께 골프채를 둘러메고 세계여행이나 하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쇠를 다루는 제련그룹의 이미지를 생각하자면 아무래도 골프 따위보다는 자동차 경주 팀을 키우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질끈 눈을 감은 상태에서 역시 낭랑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현성애였다. 그랬지, 현성애… 그녀와는 밀폐된 회장실에서 손가락을 걸며 호성이의 미캐닉이 되어달라고 약속과 동시에 부탁을 했었지.

“전략기획실장 생각은 어떤가요? 젊은이의 감각을 살려서 대답해 보세요.”

유민 회장은 이렇게 질문해 놓고서야 아차! 하고 발을 굴러야만 했다. 기껏 딸의 가정교사 주제에 대 그룹의 전략기획실장이란 직책을 달게 된 것이 아내 신희영의 덕택이었으니 그의 대답은 들으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식적인 반대 의견만을 더하는 셈이 되었으니 불 난 집에 부채질 해댄 격이었다.

“저는 당연히 골프 팀 육성에 찬성합니다. 대중성이 뛰어나니까요.”

“그런가?”

이렇게 꼬리를 내리려는데… 갑자기 테이블 아래, 지게작대기가 모셔져 있는 바지춤을 지그시 누르는 것이 있었다. 웬걸! 맞은편에 앉아있던 현성애가 뻗은 발임에 분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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