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93년 뉴질랜드로 이주해 캔터베리 대학을 마친 김영애는 재료의 물성에 관심을 갖고 표면(surface) 구조(structure)에 집중한 추상작업에 몰두해왔다. 작가는 대상의 표면을 고무틀과 펌프로 떠내거나 판화로 표현한다. 서로 다른 질감과 빛깔의 건축재들은 작가의 작품에 켜켜이 집합돼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또 한국의 보자기,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판화와 종이부조 작품 또한 공간과 물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성찰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도 작가는 도시공간에서 쓰였던 건축폐기물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한번 사용됐다가 폐기된 건축자재에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는 "버려진 재료들에서 시간의 흔적을 읽는 작업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들은 건조한 듯 무덤덤한 가운데 폐자재가 지녔던 물성들이 차분하고도 미묘한 울림을 들려준다. 사진은 김영애의 Untitled(2002), Cotton pulp casting, 114x114㎝. Untitled(2002)Cotton pulp casting, 114x114㎝.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