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작업으로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에게 형태실험이란 리스크가 큰 작업이다. 그러나 말의 회화성을 중시해온 최승호 시인이라면 좀 얘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그가 만들어낼 시의 집, 구조와 인테리어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문학동네가 시집의 형태 파괴를 내건 시인선의 첫 시집으로 나온 최 시인의 ‘아메바’는 낯설지만 파격이 주는 재미가 있다.
58편의 시는 전문과도 같은 작은 시행과 이를 토대로 다양하게 변주시킨 이미지와 상상으로 구성돼 있다. 바다의 온갖 생물과 자연, 사람 사이를 미끄러지듯 스며 원형질에 닿아 건져올린 언어들이 단단하고 감각적이다. “낱말이나 이미지를 먹고 자라나는 언어 생명체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아메바라고 불러본다”는 시인의 육성대로 꿈틀대는 생명체의 질감이 생생하다.
이윤미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