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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컬럼>전경련 회장 공백 언제까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끝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다. 이 회장에 목을 매던 전경련으로선 난감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조석래 회장의 사의 표명 이후 5개월 동안 회장없이 굴러가고 있는 전경련의 신세가 안쓰럽다.

전경련 역대 회장들의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회장 공석이 두 번 있었다. 김우중 회장(1998.9~1999.10)에서 김각중 회장(2000.2~2003.2)으로 넘어가는 4개월과 이후 손길승 회장(2003.2~2003.10)과 강신호 회장(2004.2~2007.3) 사이 4개월이 그랬다.

그 때도 선듯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오너가 없었던 때문으로 기억된다.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이 떠밀리다 시피 회장을 맡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 때부터 이미 이 자리가 썩 매력있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새삼 힘있던 전경련 회장 시절이 회상된다. 비판하는 쪽에서 보자면 정경유착의 본산, 좋게 평하는 쪽에서 보면 정부-재계간 협력의 창구로, 무시못할 힘을 갖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산업도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주무부처 국장 사인 하나에 어떤 산업은 망하고, 어떤 산업은 흥하던 때 였다. 정부가 온갖 사업권을 좌지우지했다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 전경련 회장직은 모종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투명해 지다 보니 상황이 바뀌었다. 굳이 정부와 얼굴 맞대지 않아도 사업하는데 지장이 없게 됐다. 결정적으로 잘못만 하지 않으면 큰 문제될 게 없었다. 그 덕에 유탄을 맞은 게 경제단체들이다. 회장직 고사 사태가 줄을 이었다. 전경련, 경총 등 회장직에 하마평에 오르면 한결같이 “경영에 매진해야 할 때”,”나는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발들을 뺐다.

회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돌아오는 대가도 없었다. 오너들이 젊어지면서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실익이 없는 경제단체장 같은 자리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해외 사업 비중이 늘고 국내 규제완화가 가속화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확산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다. 맡아 봤자 득될 게 없고, 자칫 욕만 뒤짚어 쓸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전경련 회장이 꼭 이건희 회장 같은 1위기업 총수여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재계 이익을 위해 만든 단체일진데, 오너들이 그 원죄에 대한 최소한의 봉사심은 가져야 할 것 아닌가. 빅딜 이후 극심해진 주력 회원사간 반목을 불식시키는 게 지금 재계의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이를 조율할 리더가 당장 필요하다. 기업들이 저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경영모토로 삼고 있지만,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선 뒷짐을 진다. 그러나 기업들이 말하는 광의의 사회적 책임에는, 전경련 회장직도 포함된다고 본다.

지금처럼 사분오열되어 구심점없이 굴러가는 전경련이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서로 떠넘기려 하는 모습도 보기에 따갑다. 적어도 10대 그룹 안에서는 새 회장이 나와 주었으면 한다. 연장자 순으로 억지로 떠안기는 것 보다는 젊더라도 과감히 앉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룹에선 젊은 조직과 혁신을 외치면서 경제단체만 노회한 길로 빠지려 한다면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13일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열린다. 그러나 4대그룹 총수는 모두 불참한다. 다다음주에는 청와대에서 재계총수 회동도 있다. 이 자리에서 면구스럽지 않으려면 내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뭔가 접점을 찾았으면 한다. 옛 오랜 출입기자로서 갖는 바램이다.

조진래 산업부장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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