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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항제 선임기자의 이슈프리즘> 산업용 섬유, 힘찬 비상을 기대한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섬유업계 신년 인사회는 예년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008년과 2009년 섬유류 수출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던 것과 달리, 작년엔 무려 19.5%라는 경이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그런 연유로 3층 이벤트홀이 꽉찰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노희찬 회장과 김동수 상근부회장 등 섬유산업연합회 집행부는 물론 300여 참석 섬유인들은 섬유산업 부활에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며 희색이 만면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두 자릿수 증가가 무난할 것 같다. 사상 최대 수출 실적(2000년 187억 달러)엔 이르지 못하지만 한-EU FTA 발효와 신흥시장 수요급증 등으로 153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한 핵심 기간산업에서 한때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섬유산업의 부활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제조업체 수의 10.3%, 고용의 7.1%를 차지한 섬유 산업이 신성장동력의 블루 오션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 EU 터키 인도 미국에 이은 세계 6위 섬유 수출국이지만 텃밭인 의류용 섬유의 고기능화와 IT BT ET NT ST CT와 융합한 신섬유 발전 가능성은 무한대에 가깝다. 특히 자동차 전자 항공 조선 의료 건설 국방 등에 필요한 산업용 섬유의 수요 급증은 폭발적이다.

이미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도 없지 않다. 부산 남단 다대포 인근 장림공단에 위치한 동양제강. 강철을 뽑아내는 제강(製鋼)공장이 아니라 업력 60년이 넘는 국내 최고(最古) 선박용 로프 제조(製綱)업체다. 종업원 140명, 지난해 매출 360억원에 불과하나 초경량 초고강도 슈퍼섬유인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 제품은 세계 1,2위를 다툰다. 지난 5년 동안 80억원을 들여 개발에 성공, 작년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 이 섬유는 물보다 가벼우면서도 인장강도가 와이어보다 15배 이상 강해 겨우 열 가닥으로 152㎏ 무게에도 견디는 대표적 산업용 섬유다.

차재혁 부설연구소장은 "선진국 횡포에 더 이상 당하지 않으려는 오기로 기술개발에 나섰다"면서 "길이 9000m의 원사 한 가닥 무게가 1500g인 1500데니아 제품 수준을 올해엔 400데니아, 내년엔 200데니아, 후년엔 50데니아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이성호 상무는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세계 최고인 네덜란드의 DSM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방탄복, 방탄헬멧, 산업용 장갑, 해양 계류용 로프, 산악용 자전거 프레임, 산악 구조용 로프, 패러글라이딩, 비행기 및 풍력발전기 날개, 인공관절, 임플란트 등에 본격 적용되면 수입대체 효과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 녹산공단의 해성엔터프라이즈는 일정기간(3년)이 지나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모노필라멘트(한 가닥 실)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사 개발로 세계 시장을 넘본다. 1994년 압출기 1대로 시작한 이 회사는 어망 원사, 낚싯줄, 리본, 지퍼,농수산물 포장용 망, 에어컨 필터, 의료용 보호대, 자동차 케이블 보호망 등 모노필라멘트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산업용 섬유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이준영 연구소장은 "제품 개발과정에서 안전성 측정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출 300만달러를 포함한 지난해 매출은 140억원에 이르렀다"며 "올해엔 조기잡이 그물, 갈치 주낚, 컨베이어벨트 원사 등의 개발로 16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25%인 산업용 섬유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60% 이상으로 늘려 2020년 세계 4위 섬유강국에 재진입하려면 제2의 동양제강, 제3의 해성엔터프라이즈가 많이 나와야 한다.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장기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중소기업 홀로 감당하기엔 벅차다"는 이종구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산업용섬유산업협회 이사 지적이 아니더라도 연구개발비 확충과 구체적인 인증기준 마련, 대기업의 소재 개발과 신제품 구입 등 체계적인 산ㆍ학ㆍ연(産學硏) 연계전략이 시급하다.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최틀러’로 별칭되는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내정자가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신 섬유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yes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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