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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저하·작은 상처 등 이상신호 무시하다 치료시기 놓쳐 발 절단할수도-습하고 더운 여름철 맨발 피하고 발관리 특히 조심해야
#. 가족력이 있어 30대부터 당뇨 관리를 해 오고 있는 40대 초반의 김 모씨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가게 됐다. 걸어 다니는 시간이 길어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무리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통증도 없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엄지발가락이 퉁퉁 부어 있었고, 물집이 잡힌 부위에 고름이 흘러 내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급하게 한국인 병원을 수소문해 치료를 받은 김 씨는 발을 절단할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그 중 당뇨환자가 늘 명심해야 하는 말이 “항상 발을 조심하라”는 것. 발에 합병증이 잘 생기고 한번 생기면 좀처럼 낫지 않기 때문이다.
당뇨발은 발바닥, 뒷꿈치, 발가락 등의 살이 파이는 궤양이 생기거나 발의 일부가 썩거나 관절이 파괴되고 발모양의 변형이 생기는 병이다.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이 당뇨발로 고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혈관ㆍ신경 이상이 당뇨발 일으켜
다리의 혈관이 좁아지면 아래 쪽으로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선 발이 차갑게 느껴지고 걸으면 다리가 저리다가 쉬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저리게 되고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발톱이 두꺼워지다 상태가 더 심해지면 발이 썩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감각 저하다. 통증을 못 느끼거나 아주 약하게 느끼면서 상처가 나거나 화상을 입어도 잘 모른다. 발에 합병증이 생겨 고생하는 당뇨환자 거의 대부분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사소한 상처도 큰 상처로 발전하게 된다. 심지어는 뼈까지 균이 침투, 골수염이 발생해 다리를 절단하는 상황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신체 일부의 절단까지 이른 환자 대부분은 당뇨병과 족부질환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피부연고제 사용이나 단순 피부과 치료만 받다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동익 대한당뇨발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80년대 초반부터 당뇨성 족부질환에 대한 전문 치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당뇨환자의 입원치료 중 25%정도가 발에 생긴 합병증이어서 발합병증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혁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은 발에 생긴 상처를 무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서 병변을 더 크게 만든다”며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 갈라짐, 발톱이 파고 드는 작은 상처가 발생해도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치료를 빠른 시일에 적절히 시행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발 씻은 후 발가락 사이사이 꼼꼼히 말려줘야
당뇨발 환자들은 실내에서도 양말이나 실내화를 착용해 발이 외부자극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특히 습도까지 높아지면 세균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면서 작은 염증도 쉽게 심해지고, 무좀이나 피부질환 등이 쉽게 악화돼 당뇨발이 시작되기도 한다.
당뇨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을 자주 씻어야 한다.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씻는 물의 온도도 손으로 확인해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발을 씻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사이 물을 충분히 말리고 상처나 물집이 잡힌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항상 발가락과 뒤꿈치 부분이 막힌 편안한 신발을 신고, 상처가 있는 곳은 신발에 구멍을 뚫어 상처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하며 덥다고 실내에서도 맨발로 생활하면 절대 안 된다. 정기적으로 하는 신경검사 역시 빠지지 않고 받아야 한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가벼운 걷기나 요즘 유행하는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이러한 운동은 하지근육을 발달시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당뇨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발 감각이 무뎌져 있어 발에 하중이 가게 되면 상처나 물집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등산이나 달리기 등의 발에 과도한 자극을 주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영이나 서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등 발 주위에 마찰을 주지 않는 운동이 좋다.
한승규 고대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많은 당뇨발 환자분들이 단순한 상처라고 생각해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최근에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통해서 절단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의심이 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