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 스스로 ‘3포 세대’로 부르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극심한 저출산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임신ㆍ출산에 드는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2018년부터 사실상 없애겠다며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제3차 저출산ㆍ고령 사회 기본계획(2016~2020)’ 시안을 지난 18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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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사회경제적 원인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복지부 소관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으로 미혼남녀 간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결혼시장 ‘미스매치’로 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결혼 대상자인 2030들로부턴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결혼을 하지 못하는 환경적 원인에 대해 정부가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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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장모(30) 씨는 “당장 일할 곳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건데 임신비를 대줄 테니 결혼을 하라는 식의 정부 대책은 공허하게 들린다”며 “정부가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결혼율과 출산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양모(28ㆍ여) 씨는 “정부가 왜 ‘3포 세대’가 나왔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며 “정부가 미팅을 주선해준다는 얘길 들으면 우릴 놀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어린이집 부족, 직장내 육아휴직 기피 현상 등으로 출산을 주저하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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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7ㆍ여) 씨는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돈 붓고 시간 쏟아 취직하면 애 때문에 고작 5,6년 일하고 경력단절녀가 된다”며 “직장 여성인들이 차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게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모(34) 씨도 “아이를 낳는게 문제가 아니라 키우는게 문제”라며 “지금 애를 안 낳으면 20년 후에 우리나라가 휘청인다고 하지만, 지금 낳으면 내가 휘청하게 된다”고전했다.
또 정부는 집 문제로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저리의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현재의 전세 품귀현상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식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이모(36) 씨는 “지금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세 물건 자체가 없고 역세권 주변은 아예 씨가 말랐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출만 늘려주면 뭐하겠나”라며 “금리가 낮다고 대출만 늘렸다간 나중에 금리 오르면 빚만 더 늘어날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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