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한국의 청년 고용 현황과 니트(NEETㆍ구직 활동도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집단) 국제비교’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을 시작한 우리나라 청년(만15~24세) 중 1년 미만 이직비율이 72.6%(2013년 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명 중 7명 이상이 회사에 들어간 뒤 1년이 되기도 전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셈인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50.4%이고 독일(39.0%), 영국(41.7%), 프랑스(50.5%) 등 다른 나라들을 큰 차이로 웃돌고 있다.
OECD 기준이라 청년 연령대가 실제 취업 나이보다 다소 낮게 설정되긴 했지만, 25~34세 이직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1년도 안돼 이직하는 비율은 70% 이상으로 OECD 평균은 물론 비교 국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한국에서 청년들이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1년 이상을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김수민(27ㆍ여ㆍ가명)씨는 요즘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받는 연봉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고, 잦은 야근으로 평일 저녁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김씨는 2000만원대 초중반의 연봉을 받고 있고, 담당 파트는 해외영업이다.
김씨는 “결혼도 생각해서 취직을 빨리하려고 눈높이를 낮춰 회사에 들어왔지만, 내가 이 정도 환경에서 일하려고 그렇게 공부했나 하는 회의감을 들었다”며 “그래도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스펙도 이것저것 쌓았는데 내 가치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 다른 일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이직 러시’는 고학력 구직자들이 많아지는데 비해 양질의 일자리리 공급이 뒤따라 주지 못하는 고용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25~54) 대비 청년들의 상대수입 비중은 2002년 46%에서 2012년 44%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수입 비중이 중장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 일본 등 선진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대임금 격차를 줄여야 청년들의 조기 이직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청년들의 1년 미만 이직률은 39.0%에 그치고 있다.
이상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이 어렵게 취업을 했는데도 1년내 이직자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은 단순히 한두 개의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독일과 일본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든 것처럼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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