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끊이지 않는 연인간 살인…남친은 왜 사랑했던 그녀를 잔인하게 죽일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는 ‘목숨보다’ 사랑했을 사람이건만, 그 사랑을 져버린 것도 모자라 칼을 꽂는 악랄함에 경악할 따름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14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살인 미수로 살아남은 여성도 95명이나 됩니다. 


1.7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하는 셈이죠.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올 초부터 6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도 벌써 수천명에 달합니다.

연인에 대한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로 35명, 강간이나 강제추행 혐의로 129명이 검거됐습니다.

또 폭행, 상해, 협박, 감금 등 연인에 대한 폭력 행위로 붙잡힌 피의자는 2633명에 달합니다.

이들의 범행동기는 대부분 연인의 변심이나, 외도 의심 등입니다.

▶‘송파 장롱 살인 사건’ 범죄의 재구성=지난 6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단독주택에 살던 학원강사 A(46ㆍ여) 씨가 자택의 장롱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발견 당시 A 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양 손도 플라스틱 끈으로 묶인 채였습니다. 혈흔 등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습니다.

목에 남은 희미한 울혈만이 그녀가 목 졸려 살해됐음을 추정케 하는 증거였습니다.

A 씨를 발견한 것은 그녀의 이모였습니다. 이날 저녁, 가족 식사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조카가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기곤 A 씨의 집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A 씨는 빌라 1층에 거주하고 있었고, 이 빌라 지하 1층에는 이모가, 지상 2층에는 A 씨의 부모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A 씨의 죽음은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A 씨를 이토록 잔인하게 살해한 이는 바로 그녀의 애인 강모(46ㆍ무직) 씨였습니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약 1년 전 동창회에서 만나 사귀어 왔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최근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죠. A 씨가 자신 몰래 술을 마시고 다니자 강 씨가 A 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의심한 것이었습니다.

의심은 극심한 증오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그는 사랑했던 그녀를 살해하기로 결심합니다.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습니다.

강 씨는 집 근처의 한 대형마트에서 원목 절구공이, 플라스틱 끈, 가방 등을 구입한 뒤 지난 3일 ‘계획’을 실행합니다. 
사진=송파경찰서 제공

수사기관의 추적을 우려했던 그는 범행 전 지하철에서 따로 준비한 옷과 모자를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이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후 A 씨 자택 인근 역에 내려서도 골목길을 이용해 그녀의 집으로 향했죠.

강 씨는 그렇게 오후 7시께, A 씨가 부재중인 틈을 타 집안으로 침입합니다. 사귀는 사이였기에 출입문의 비밀번호는 장애가 되지 못했습니다.

안방 문 뒤에 숨어 있던 강 씨는 이후 집으로 귀가한 A 씨의 뒤통수를 원목 절구공이로 내리쳐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숨진 A 씨의 뒤통수에서 피가 흐르자 이를 감추기 위해 A 씨의 옷을 모두 벗기고 욕실에서 시신을 씻겼습니다. A 씨의 시신이 겉보기에 깨끗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어 강 씨는 A 씨의 시신을 장롱 속에 유기했죠.

강 씨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A 씨의 가방 안에 있던 신용카드를 들고 나와 1100만원을 인출하는 파렴치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강 씨는 이렇게 훔친 돈 가운데 600만원 가량을 경찰에 체포되기 전날인 7일까지 도박에 탕진했습니다.

경찰은 CCTV를 바탕으로 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경기 고양시 화정동 인근 공원에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강 씨는 체포 후 약 하루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강 씨에 대해 살인 및 절도 혐의로 11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애인의 변심ㆍ외도 의심이 살인 불러= 이번 송파 장롱살인사건처럼 사랑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인간 강력 범죄는 하루가 머다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엔 울산에서 한 남성이 전 애인과 그의 현 남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죽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달 23일에는 1년간 교제해 온 여자친구를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생각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찔러 살해한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죠.

또 최근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흉기로 잔인하게 죽인 대학생이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의 사형 판결은 지난 2011년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로 2년 7개월만입니다.

당시 이 대학생은 옛 여자친구의 아파트에 배관수리공으로 위장 침입한 뒤 여자친구의 부모를 미리 준비한 흉기와 둔기 등으로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밤늦게 귀가한 여자친구를 감금ㆍ성폭행 하기도 했죠.

한때나마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을 사람과 이들의 가족을 어떻게 이처럼 악랄하게 살해할 수 있는지,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이 더는 빈말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가정 폭력 등과 달리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연인 간의 사랑싸움’은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타인의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인식 탓이죠.

일각에선 연인간의 데이트 폭력 및 이별 폭력 등을 더이상 사적 영역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간주해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해결책을 촉구하는 한편, “경찰이 연인간 폭력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