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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노인 ‘외면하는’ 가족들
- 치매환자 실종 2011년 7607건, 2012년 7650건, 2013년 7983건
- 치매환자 중 지문등록 비중 3% 불과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지난 2월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한 하천에서 A(74ㆍ여) 씨가 물에 빠져 숨져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에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10여일 전 실종 신고가 된 상태였다. 가족들이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A 씨는 다름아닌 치매 환자였다.

사진=게티이미지

치매환자가 실종된 후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에도 경남 함양군에서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이 마을 입구 감자밭 고랑 사이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3월에는 경북 안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80대 치매 노인이 실종 사흘만에 인근 야산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환자 실종 사건의 경우 초기 발견과 더불어 예방이 중요하지만, 적잖은 가족들이 이들을 방관하고만 있어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치매환자 실종 사고 예방을 위한 지문등록 시스템 등록률은 턱없이 낮다. 경찰청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실종에 취약한 18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등의 지문을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사전에 등록ㆍ보관하는 ‘사전지문등록 시스템’ 구축했다.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이를 주변에 알리는 걸 꺼려해 치매 노인들의 사전지문 등록이 현격히 낮아 실종시 조기 발견되더라도 가족에게도 돌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한 노인이 치매 예방교육을 받고 귀가하고 있다./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사전 지문 등록을 마친 치매환자는 1만962명에 불과하다. 전체 치매환자의 3%에 불과하다. 아동은 24%, 지적장애인은 13% 가량 등록을 마쳤다.

낮은 등록률은 가족들의 치매노인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을 드러낸다. 치매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실종은 운신이 가능한 최경도에서 중등도 이전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 사이에서 빈번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전국의 65세 이상 최경도~경도 치매환자는 전체 환자의 58.8%다. 그러나 일부 가족들이 부모 혹은 형제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거나, 이를 주변에 알리는 걸 꺼려하며 예방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까운 파출소나 지구대 등에 환자 본인을 데려가야만 지문을 등록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들에겐 부담이다.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이를 주변에 알리는 걸 꺼려해 치매 노인들의 사전지문 등록이 현격히 낮아 실종시 조기 발견되더라도 가족에게도 돌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한 노인이 치매 예방교육을 받고 귀가하고 있다./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치매환자의 실종 접수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11년 7607건, 2012년 7650건, 2013년 7983건 등이 접수됐다. 가출을 제외한 아동, 지적장애인 등 전체 실종건수의 20% 상당이다.

상당수 가족들은 지문등록 대신 치매환자별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배회가능 어르신 인식표’나 치매환자들을 위한 위치추적기 등을 활용하곤 있지만, 환자가 이를 두고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아 무용지물이 될 때가 적잖다.

특히 치매환자의 실종 접수 후 발견율은 99% 가량이지만, 환자 특성상 실종이 사망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수색 반경이 넓은 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그러나 치매환자를 찾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구내 치매지원센터와 함께 ‘스마트 지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실종 접수 시, 보호자 동의 하에 실종자 전단지를 만들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유관기관 종사자 및 택시운전사 등 자원봉사자에게 이를 뿌려 함께 찾는 것이다.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이를 주변에 알리는 걸 꺼려해 치매 노인들의 사전지문 등록이 현격히 낮아 실종시 조기 발견되더라도 가족에게도 돌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한 노인이 치매 예방교육을 받고 귀가하고 있다./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그럼에도 지문이 등록돼 있지 않다보면 거리에 배회하는 환자를 발견을 해도 어려움이 따를 때가 많다. 온전히 환자 기억에 의존해 가족을 찾아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내뱉는 단어를 조합해야 해 시간이 적잖이 걸리는 만큼, 경찰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치매노인센터 관계자는 “치매환자 지문사전등록이 저조한 것은 복합적인 사유 때문이지만 아직까지 ‘치매’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종 예방을 위해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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