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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이정환]“훔쳐간 아이디어 돌려주세요”…원조의 외침
최근 메일에 한통의 호소문이 들어왔다. 발신자는 한 프렌차이즈 업체였다. 내용은 다름 아닌 ‘원조의 외침…훔쳐간 아이디어를 돌려주세요’였다. 이 프렌차이즈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는데, 유사 브랜드 제품이 넘쳐나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얘기였다. 눈물겨운 호소였다. 유통가에 미투 브랜드(me too)가 판 치면서 아이디어 원조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더 극심해지고 있어 문제라는 생각이다. 실제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한번 뜬 브랜드의 경우 유사브랜드, 아니 똑같은 브랜드 모양에 이름만 살짝(?) 바꾼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그리곤 금방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외식업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유행 아닌 유행처럼 아이템을 무작정 베끼는 짝퉁 브랜드는 성행하고 있고,주목 받는다 싶은 아이템은 바로 미투브랜드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이들은 유사한 상표와 제품을 내놓으며 무분별하게 증식, 원조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미지 소비로 인해 원조마저 단명케 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실제 한 디저트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대박도 잠시. 곧장 서울의 한 역세권에 유사 브랜드만 5곳이 동시에 생겼다. 최근 대세 브랜드로 자리잡은 오짱도 미투 브랜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한것이 대표적이다.

미투 브랜드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타격을 입게되는 것은 누굴까. 인생을 담보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가맹점주들이 그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투 브랜드에 대한 원조 브랜드의 반격이 시작돼 주목된다. 반격의 주인공은 벌집을 이용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소프트리’다. 최근 소프트리는 디자인등록을 둘러싸고 경쟁사와 벌인 싸움에서 승리했다. 소프트리의 승소는 유통업계에 미투상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불러 일으켰다. 원조의 반격에 마음고생을 하던 다른 원조 브랜드들도 그의 반격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원조들의 싸움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만만치 않은 소송비용과 긴 법정 싸움 기간이 발목을 잡기 일쑤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이 풍부하지 못해 긴 소송기간을 버틸 여력이 없어 원조들은 당장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쯤이면 사업확장은 엄두도 못낸다. 물론 프랜차이즈나 유통업계에서 ‘미투 상품’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 일부에서는 미투가 특정분야의 ‘판’을 키우는데 보탬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투상품이 난무하면 원조 독창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 자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분명하다.그 혼란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니라 바로 인생을 내걸고 외식업에 뛰어든 우리 이웃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는 너무 인색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마저도 거의 없는 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무작정 남의 아이디어를 베껴도 된다는 생각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할 것이다.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적용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때다. at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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