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근·현대 미술·작가, 기록을 展하다
아카이브 스토리 : 김달진과 미술자료
도서·도록 45년 자료의 보물창고
백남준 신년연하장 등 볼거리

아티스트 포트폴리오展
고명근 등 미술가 7인의 스토리
디자인·건축등 아티스트 자료도



시각예술 분야에서 ‘아카이브 (Archive)’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기록물 전시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시각적으로 압도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꼼꼼히 들여다보도록 인내심을 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술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진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미술관들을 필두로 아카이브전이 잇달아 열렸다. 그러나 작가와 작품에 관련된 자료들이 특정한 맥락없이 나열되기 일쑤여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감흥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최근 열린 두 곳의 아카이브전은 조금 다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 김달진ㆍ종로구 홍지동)의 ‘아카이브 스토리 : 김달진과 미술자료’는 자료의 방대함 측면에서,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ㆍ종로구 안국동)의 ‘아티스트 포트폴리오(Artist‘s Portfolio) Ⅱ’는 자료의 설명에 대한 친절함에서 눈길을 끈다. 아카이브(기록)될 만한 아카이브전이다. 


▶한국 근ㆍ현대미술 45년간의 기록=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최근 새 둥지를 틀었다. ‘아카이브 스토리’전은 김달진박물관이 2008년 개관 이래 통의동, 창성동, 마포를 거쳐 홍지동으로 이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김 관장이 평생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들이 전관에 공개됐다. 자료의 방대함이 시각적인 감흥을 압도한다.

먼저 전시장 1층에는 근ㆍ현대 미술 도서들과 교과서, 전람회 도록 등이 빼곡하다. 구한말 조선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다룬 ‘조선아동화담’은 이 중에서도 희귀 자료로 꼽힌다. 1891년 일본 학령관에서 발행된 것으로, 기산 김준근의 칼라삽화 10여점과 함께 당시의 풍속을 알 수 있는 자료다. 1918년 영국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최초의 한국 도자기 전시를 개최하면서 발간한 ‘르블랑 한국도자기 컬렉션 도록’도 있다.

1918년 민족서화가 13인에 의해 결성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민간 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기관지, 조선총독부 주최로 1922년부터 1944년까지 개최된 조선미술전람회의 도록 5권 등도 당대의 미술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이 밖에 백남준이 손으로 쓴 신년 연하장, 청전 이상범의 엽서, 김환기의 친필 편지 등 손때 묻고 세월의 켜가 쌓인 기록물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실 김달진박물관의 백미는 관장실 한쪽 벽면에 채워진 한국 근ㆍ현대 주요 작가 270명에 대한 기록물이다. 작가와 관련된 신문 기사, 전시 자료 등을 스크랩해 270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전시에서 공개적으로 내보인 자료는 아니지만 잘만 하면(?) 맘씨 좋은 관장이 열람을 허락한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1886-1965) 화백에 대한 자료를 보면 놀랍다. 그 중에는 작가의 자화상 2점이 발견됐다는 대한일보(1972년 11월 28일자)의 기사가 스크랩 돼 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김 관장의 말처럼 작가에 대한 촘촘한 기록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전시는 예약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5월 31일까지.

▶현대미술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엿보다=사비나미술관의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전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과 작업 변화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한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전시다. 작품 설치만 두달 가까이 걸렸다는데, 그만큼 공들인 흔적도 역력하다. 고명근, 김기철, 김영나, 유근택, 한성필, 홍순명, 홍승혜 등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한국 현대 미술가 7인의 포트폴리오가 전시의 메인 스토리를 이끈다.

빌딩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투명하고 입체적인 오브제를 만드는 ‘사진 조각가’ 고명근의 1988년부터 현재까지 작업 변천과정이 사진, 드로잉, 영상을 통해 타임라인 형식으로 전개돼 있다. 한국화가 유근택의 대표적인 풍경, 만찬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를 보여주는 습작과 드로잉, 작가의 화첩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료들이다. 최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극지 사진을 선보인 젊은 작가 한성필은 전시장에 그의 대표작인 파사드 프로젝트 작업과 북극 사진 제작과정을 공개했다. 픽셀 작업으로 유명한 홍승혜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하학적 도상과 색채, 텍스트 등을 묶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전시장 1층에 마련된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작가 노순택의 포트폴리오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노순택의 ‘좋은살인’ 연작 이미지와 관련 자료, 오브제, 작품집이 빈티지한 나무가방 안에 담겨져 있다.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지만 만져서 열어보고 꺼내봐도 괜찮다.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이 밖에도 미술가들 뿐만 아니라 디자인, 일러스트, 게임, 무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개성있는 아티스트 100여편의 디지털 포트폴리오는 미술학도들에게 트렌드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전시는 6월 5일까지며 성인 입장료 5000원, 청소년은 3000원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