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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정유산업 ‘활로 찾아라’③>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정유ㆍ주유산업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가져가면서, 왜 주유소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겁니까.”

서울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높은 주유소 중 하나로 질타를 받았던 A 주유소. 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주유소 경쟁이 너무 심해서 가격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좋은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라며 “기름을 팔아서 폭리를 취하는 범죄자로 몰고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주유소는 무료세차 서비스를 도입해 단골고객들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정말 잠재적 범죄자들인가”=비교적 싼값에 파는 주유소들도 불만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실제 물가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제기되자, 정부는 주유ㆍ정유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격인하를 압박했다. 한편으론 가짜기름을 잡겠다고 매월 보고받던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를 매주 보고 체계로 전환하기도 했다. 당시 주유소들은 “정부가 주유소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일선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제공하는 정유사들은 아예 ‘잠재적 범죄자’들이다. 지난 2011년 기름값이 치솟자 공정거래위는 정유사들에 대한 담합조사만 2~3차례 반복했다. 그 후 기름값을 잡기 위한 ‘고유가 시대’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알뜰주유소와 석유전자상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알뜰주유소, 올 들어 감소세=‘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2011년 12월 문을 연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년만에 1000개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알뜰주유소의 인기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알뜰주유소 수는 지난해 12월말 1136개를 기록한데 이어 한달만에 1134개로 줄었다. 그중 자영알뜰주유소가 3곳 문을 닫고, 대신 농협알뜰주유소가 1곳 문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뜰주유소의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날 기준 알뜰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1364.28원으로 상대적으로 값이 싼 현대오일뱅크의 1396.62원보다 겨우 32원 싸다. 현대오일뱅크 제휴카드로 리터당 100원 할인을 받으면 오히려 알뜰주유소 가격이 높아지는 셈이다.

한편으론 지난 3년간 알뜰주유소 숫자가 불어나면서 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을 부추겼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전국 주유소 숫자가 1만3000여개까지 불어나 업계가 추산하는 적정수 7000~8000개보다 5000개 더 많은 ‘과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교수는 “지금 정유시장은 일반 주유소와 알뜰주유소, 나아가 민간 정유사와 정부(석유공사)가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면서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시장을 기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경쟁에서 도태된 주유소들은 돈이 없어 문조차 닫지 못하는 상황이다. 토지정화비용을 포함한 1억4000만~2억7000만원의 폐업비용이 탈출구마저 막아놓은 셈이다.

▶나프타용 원유 관세부과. 시장왜곡 우려=정부가 정유사들의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도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는데, 이에 따라 정유 및 화학업계는 매년 관세 11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다시 정제를 거쳐 섬유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섬유와 플라스틱, 고무 등의 제품 가격도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정부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수입 나프타들과 가격격차가 벌어져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대 경제학과 전영섭 교수는 “석유화학사들은 가격경쟁력 높은 수입 나프타를 쓰게 될 것이다. 정유사도 수입나프타에 맞춰 가격을 인하하기 보다는 나프타를 수출해 관세를 환급받으려 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나프타 수출입이 증가해 불필요한 수출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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