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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교황 방문으로 ‘피임’ 논란 재점화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인구대국 필리핀이 15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피임 법제화’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급변하는 필리핀 가톨릭 사회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공 피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보수 천주교 사회 내부에서 산아 제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인구 1억명을 돌파해 세계 12번째 인구대국이 된 필리핀은 출산률 억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성 1명당 출산율은 2012년 현재 3.08명으로 1970년 이래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은 출산율이 2명을 넘지 않는다.

<사진설명>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2012)ㆍ인구(2014)ㆍ인구성장률(2013). 출산율의 단위는 여성 1명당 낳는 아이 수. 인구의 단위는 백만명. 국가명은 위에서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순. [자료=WSJ]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마닐라 빈민촌 ‘톤도’에서는 6~7명까지 낳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필리핀 대법원은 지난해 피임기구 배포를 골자로 하는 ‘출산보건법’을 승인, 정부가 피임 및 가족계획 홍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른바 ‘콘돔 법안’으로 알려진 출산보건법은 강력한 가톨릭 교계의 반발로 무려 13년 간 의회에서 계류했다가 2012년 상ㆍ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가톨릭 사회는 여전히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갈려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피임을 지지하는 쪽은 계획 없는 출산은 모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산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세의 나이에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웬시 레이코는 “천주교 신자이고 일요일마다 미사를 간다”면서도 “여기선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 피임기구 이식 수술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15일부터 5일 간의 순방에 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피임 논란으로 갈라진 가톨릭 사회를 치유해달라는 목소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진보 성향 단체 ‘출산보건을 지지하는 가톨릭’의 비빅 추아 대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 주교들에게 피임 반대 견해를 부드럽게 해달라고 주문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출산보건법과 가족계획이 가톨릭과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천주교 당국은 “교황이 피임에 대한 교황청의 반대에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WSJ은 전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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