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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ℓ당 637원 비싼 기름 넣고 계시군요
서울 최고-최저가 차이 637원
국제유가 하락속 정유사들 값인하
ℓ당 평균 1,746원 4년來 최저
서울 2,200원대 배짱영업 23곳
부유층·대기업 많은곳 포진



휘발유값이 천태만상이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700원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2200원대를 고수하는 주유소들이 적지 않다. 부자동네, 임대료 비싼 곳의 기름값이 높은 건 당연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땅값 싼 곳에서 리터당 2200원대에 배짱 장사를 하거나 강남의 서초동 요지에서도 1700원대에 고객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경쟁과 서비스의 시장원리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동하석유(SK에너지)는 최근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300원대에서 2295원으로 조정했다. 이 주유소는 이란 핵위기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123.62원에 달하던 2012년 5월에 2389원을 받던 곳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해당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외제차를 몰고 온 고객이나 법인카드로 주유하는 고객들은 기름값 몇푼을 아끼기보다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가 주유소들은 이런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휘발유값 인하보다 세차와 사은품 등 부가서비스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요즘 국제 유가는 매일 떨어진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59달러(2.02%) 떨어진 배럴당 77.19달러에 마감했다. 2011년 10월4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출고가를 인하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46원이다. 역시 4년래 최저치다.

그러나 여전히 리터당 2200원대의 가격을 고수하는 주유소가 서울 지역에서만 23곳이나 된다. 강남구의 경우 47개 주유소 중 7곳이 2200원대다. 부유층이 많이 사는 논현동과 기업들이 다수 위치한 삼섬동 일대에 주로 몰려있다. 강남지역 주유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땅값 자체가 비싸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다른지역에 비해 기름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고급 세차 서비스와 경품행사, 기념품 증정 등 서비스 질을 높여 단골고객을 확보하려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관공서, 법인카드를 쓰는 대기업 주변에도 고가 주유소들이 몰려있다. 국회의사당 앞 SJ상사주유소(GS칼텍스)는 리터당 2245원이다. 역시 국회 앞에 위치한 경일주유소(에쓰오일)는 2198원, 현대오일뱅크 여의도 주유소는 2011원이다. 국회의원들은 매달 110만원의 유류비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의원 승용차를 모는 기사들은 대부분 기름 값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부부처가 밀집한 종로구도 전체 주유소 9개 평균가격이 2129원에 달한다. 이 지역은 주유소 숫자가 적어 경쟁이 심하지않은데다, 고위공무원과 정부부처에 드나드는 관계기관과 기업들의 법인카드가 주유소 ‘배짱’가격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인근 지역 주유소가 적어 사실상 과점지위를 누리는 주유소들도 배짱 장사를 한다. 땅값이 낮지만 경쟁 주유소 숫자가 적은 관악구 서림동 일대 주유소들이 여전히 2200원대를 고수하는 이유다. 구로구 시흥대로에 위치한 B주유소의 휘발유가는 서울 시내 최고가인 2298원이다.

반대로 서초구 서울교대와 고속터미널 인근은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하향 평준화된 지역이다. 서울교대를 중심으로 9개 주유소들이 밀집해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700원대의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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