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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의 가장 큰 위협은 ‘핵’ 아닌 ‘물’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이란이 풀리지 않은 핵 문제와 서방의 경제제재 만큼 고심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물 부족’이다. 연간 강수량은 예전에 크게 못 미치고, 수자원 확보를 위해 주변국과 마찰을 빚기도 해 핵 문제는 제쳐두고 당장 물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처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가뭄과 포퓰리즘 정책, 열악한 개발 계획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대내적인 불안과 함께 주변국과의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물 부족 상황은 심각하다. ‘생명을 주는 강’이란 뜻의 자얀데강(자얀데루드)은 천 년 넘게 이란 중부 고대도시 이스파한의 젖줄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점점 말라가 모래만 남은 황량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역 인구 40%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물에 댈 물이 없어 소득원도 잃어가고 있는 상태다. 한 지역 주민은 FT에 “자얀데강이 마르는 것을 볼 때면 나 역시 말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자얀데강과 이스파한시. [사진=위키피디아]

14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이란은 인구증가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천개의 마을이 급수탱크에 의존하고 있고 공장은 매일같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물 부족으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으며 1000명 가량의 농민들이 인접 도시로 가는 상수도를 파괴하고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란의 수자원 관련 한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안에 전체 31개주 가운데 십여개주 주민들이 모두 철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이사 칼란타리 전 이란 농무부장관 역시 “7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란이 지하수의 빠르고 기하급수적인 파괴가 지속된다면 20년 안에 살지 못하는 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이나 이스라엘, 핵 문제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FT는 이같은 물 부족 문제가 이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인 200㎜에 불과한데다 강수량의 75%가 25%의 지역에 내리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예전부터 댐 건설과 수로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40년 간 강수량은 16%가 급감했다. 반대로 인구는 두 배 가량 늘었다. 더구나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한 농업이 이란 수자원의 90%를 소모하고 있어 자원 효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1970년대~2000년대 사이 지하수 개발은 4배가 늘었고 우물의 수는 5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사막화와 삼림파괴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개시설 및 대체작물 개발에는 향후 10년 간 약 1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정부 시절(2005~2013) 물 부족 문제가 악화됐으며 특히 이스파한이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됐다고 FT는 평가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긴장시키고 있다. 국제안보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데이빗 마이클은 “수자원 문제는 주변국과의 반복적인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와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수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이란은 남서부 후르 알 아짐 습지가 고갈될 위기에 처했고, 북동부 국경 하리루드강은 아프가니스탄이 농업용수 사용을 위해 상류를 막아 이란의 제2 도시인 마쉬하드가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마쉬하드가 곧 아프가니스탄에 인질로 잡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과는 헬만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남동부 하문스 지역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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