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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의 시대…4050 기성작가들의 반성 담은 두 개의 전시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하나는 ‘촛불-태우다’고 또 다른 하나는 ‘뼈와 살이 타는 밤’이다. 전자는 개념미술가 윤동천(57), 후자는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45ㆍ본명 조성진)의 작품이다. 두 작가는 무엇을 왜 태우고 싶은 걸까.

불안과 우울증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40대와 50대 기성 작가들이 반성과 안타까움을 담은 두 전시를 동시에 열었다.

윤동천 서울대 미대 교수의 개인전 ‘병치-그늘’은 불안 속에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 대한 50대 기성 작가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그는 “삼포시대(연애,결혼, 출산을 포기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젊은 세대의 그늘은 사실상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촛불집회 이미지를 출력해 레이저로 종이를 그을리듯 태운 대형 사진 작품 ‘촛불-태우다’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왜 우리는 이렇게 ‘떼’로 광장에 모여 무언가를 부르짖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담았다.

윤동천, 촛불-태우다, 종이위에 레이저, 450×210㎝ (총12점), 2014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청년실업과 같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하면서도 전시의 맨 마지막 작품으로 ‘희망 알약 3종 세트’ 를 배치했다. 파란색, 청녹색, 갈색의 반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희망’을 새기고 각각 연애, 결혼, 취업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결국 희망이야말로 ‘오래된 명약’이며 그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소공동 신세계갤러리.

5년만에 개인전을 갖은 양아치는 1980년대 신군부가 추진한 3S 정책을 타고 인기를 얻었던 영화 ‘뼈와 살이 타는 밤’에서 전시 제목을 차용했다.

동명의 사진 작품 속에는 새하얀 다리, 풀어 헤친 머리카락 등 존재가 불확실한 신체의 일부들이 칠흙같이 어두운 산길에 놓여져 있다. 그는 ‘왜 여기에 이것들이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왜 반복돼서는 안될 역사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가‘라는 현실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 C-print, 150x100cm, 2014 [사진제공=학고재]

작가는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 살아 있고 살아야 되는 것이 죽었다”며 존재가 불확실한 오브제들을 통해 사회 참여적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도 우울증을 겪으며 괴로워하다 치유를 위해 야간 산행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깜깜한 산에 40대 아저씨들이 그렇게 많았다. 그분들께 물어보면 하나같이 답답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7일까지 소격동 학고재.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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