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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부문부터 국민불신 먼저 해소해야
연중기획 <2> ‘퀀텀점프’ 하려면 이것부터 하자 - 좌담회 본지 · 현대경제硏 공동기획
세월호 사고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잘 못된 관행이 빚어낸 대표적인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최악의 인재다. 이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봄철 갖가지 지역축제와 행

사가 취소되면서 소비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은 통째로 묶였고, 외출염려증이 확산되면서 관련업종 특히 관광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순수 경제적 손실만도 줄잡아 2조 원대

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야 한다. 대통령을 필두로 공직사회가 뼈를 깎는 자기개혁을 해내야 한다.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

래야 유보된‘ 퀀텀점프(제2의 도약)’를 보란 듯이 거뜬하게 해 낼 수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마련한 연중 기획시리즈‘ 사회자본(social capital) 확충해야 4만 달러 가능하다’의

두번째 순서로‘ 퀀텀점프 하려면 이것부터 하자’라는 주제의 긴급 좌담회를 갖고 현 난국타개를 위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사 부문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봤다.

연중기획 두번째 좌담회 참석자(왼쪽부터)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성태 국회의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혈연 · 지연 · 학연 등 폐쇄적 네트워크…서로 불신하고 헐뜯는데 국력 낭비
공무원 민관유착 고리 단절…공직문화 처절한 개혁 투명성 확보를

그들만의 이익 좇는 노조활동은 그만…비정규직 지원 등 사회적 연대 조성을




▶사회자(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때가 때인지라 사회자본이 새롭게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노조 입장에서 사회자본을 어떻게 쌓아나갈 수 있는지 먼저 각론에서 접근해보자. 무엇보다 공적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우선 정부 입장이 궁금하다.



▶추경호 차관=사회자본은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도출하는 것이다. 인적자본이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라면 사회자본은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사회 자본이 확충되면 성장 잠재력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법의 불공평한 집행,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 공직사회의 낮은 청렴도 등에 대한 불신이 크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부실하다. 이런 게 곧 정부의 과제다.

▶하 원장=사회자본에 대한 비유가 매우 인상적이다. 사회자본은 비단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측면에서 팀워크, 사회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산적할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사회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 기업측면에서 신뢰라면 실패해도 추궁하지 않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2012년 노키아가 삼성에 밀릴 때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 나라 경제는 괜찮았다. 노키아 인력이 벤처기업을 만드는 등 새로운 창업을 한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모바일게임인 ‘앵그리버드’다. 또 전문가들로 구성된 ‘떼케스’라는 창업 담당기관을 방문했더니 이곳은 연간 8000억~1조원을 대출해준다. 혜택 받는 회사가 650~700개로 실패해도 추궁을 받지 않는다. 정직한 실패에는 제재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쌓인 것이다.

▶하 원장=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월드밸류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국민 10명 중 6명이 상대방을 믿는다고 답한 반면 우리 국민은 10명 중 3명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추 차관= 규제가 많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규제품질 및 규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되어 있다. 약한 법질서 준수의식, 낮은 청렴도 등도 문제이며, 법의 공평한 집행 측면에서도 국민들의 인식도가 낮다.

▶권 원장=사회가 노사 등 이익집단으로 너무 나뉘어있다.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독일 슈뢰더 총리의 ‘어젠다 2010’같은 노사 간 ‘신뢰 구축’,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인 스스로 잘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업성장을 막는 규제는 분명 문제다.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자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못 일어난다. 융ㆍ복합 상품을 개발해도 칸막이 규제에 가로막힌다. 또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로 기업 스스로 커 나가는 기회를 막아버린다.

▶하 원장=무조건 규제와 보호만이 기업성장의 열쇠가 아니란 점은 의미 있는 지적이다. 반기업 정서 못지않게 요즘엔 반노조정서도 상당한 것 같다.

▶김성태 국회의원=최근 노조운동은 ‘그들만의 리그’다. 대기업 노조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활동한다. 최근 대기업 노조의 줄 잇는 통상임금 소송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 굴지의 모 대기업의 정규직 생산직의 평균 임금이 8000만원으로, 많으면 1억 원에 달한다. 반면 하청업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절반수준인 4000만원이다. 이게 문제다.

▶하 원장=노조가입률이 10%미만이라는 통계를 보면 ‘반노조정서’가 심각한 것 같다. 그렇다면 노조가 사회자본 확충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김 의원=노동운동에 대한 개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통해 그들만의 뱃속 불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하청업체 직원을 포함한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금체계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권 원장=아직도 이런 얘기가 계속된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여야가 합의해서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노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유명무실 돼버렸다. 10년 전과 다르지 않다는 건 그만큼 노조관계가 발전이 없다는 얘기다.

▶김 의원=노조가 살 길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윤리적 도덕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외면하고 그들만의 이익만 따르는 노조는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하 원장=결국 신뢰의 문제다. 우리는 아직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낮은 것 같다. 

▶권 원장=팀워크를 키워야 한다. 우리 국민 개개인은 미국, 영국 등 웬만한 선진국보다 머리 좋고 창의성 있고 근면하지만 팀워크가 안 된다. 서로 믿지 못하고 협력이 안 되니 서로 의심하고 헐뜯는데 힘을 낭비한다.

▶권 원장=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 뿐 아니라 사회일원으로서 남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공정한 법집행도 중요하다. 국회 안에서 불법 폭력 난무하고 최루탄 터뜨리고 망치를 휘둘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어느 선진국도 이런 특권을 주지 않는다. 잘못은 반드시 적발되고 또 달게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추 차관=우리나라는 혈연,지연, 학연 등 폐쇄적인 네트워크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네트워크가 개방적이다. 우리도 네트워크의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선 공공부문부터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권 원장=우리 사회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믿음이 없으니 신뢰가 쌓이지 않고 팀워크가 안 되는 것이다. 사회자본을 널리 퍼트린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경제발전의 기본이 ‘믿음(trust)’이라고 했다.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신뢰구축, 팀워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 차관=정부가 바빠졌다. 신뢰 회복을 위해 민관유착 고리를 끊고, 폐쇄적인 공직문화를 개혁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행정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에 있어 불확실성이 최대 걸림돌인 만큼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위해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바꾸고, 노사 상생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이다. 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도 필요하다.

▶하 원장=사회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추 차관=정보공개를 확대해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적대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가정신 고취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또 법원칙 준수, 공정한 법 집행도 정부가 신뢰를 쌓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법질서가 바로 잡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제고되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장애가 많다. 안전, 환경, 공정경쟁 등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는 반면,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거나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할 필요가 있다.

▶하 원장=투명성 제고는 신뢰구축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명한 사회는 예측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하면 신뢰가 높아진다. 사회 각 분야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 의원=가장 투명한 나라라는 스웨덴의 사회복지는 노조가 주도해 만들었다. 노조원이 전체 근로자 중 70~80%였고 노조가 경영까지 참여했는데 반 노조정서는 없었다. 이유는 그만큼 많은 권한이 있고 행사하지만 그만큼 노조의 높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노조는 우선 사용주는 적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사용자도 역시 노조를 기업경영을 해치고 이윤 극대화의 걸림돌로 인식하면 안 된다.

▶권 원장=다 같은 얘기인데 법치주의가 확립되면 투명성이 확대된다. 하지만 투명성은 한 번에 높아지지 않는다. 시련을 한번 씩 거쳐야 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공무원 뇌물수수 상당한 문제였는데 처벌과 교육 강화하면서 공직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투명성은 177개국 중 46위다. 끊임없이 교육하고 홍보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따라줘야 한다. 

▶하 원장=사회 각 부문에서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잡 모빌리티(job mobility)가 중요하다고 본다. 공무원이 사기업에 취업하고 사기업 근로자가 공직사회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간부가 기업 창업해 경영을 해보는 등 역할을 바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추 차관=정부도 국민도 노사도 모두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 문제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특히 법 원칙 확립에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모든 계층에 공정한 법 집행이 돼야 한다.

▶하 원장= 이번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공직 개방을 확대한다고 했다. 공직이 변하면 노조 등 사회 각 분야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 토론을 마무리할까 한다. 


정리=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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