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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매일 410㎞오간 자원봉사 택시기사들…“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운전이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운전이었어요.”

안산에서 지난 10일 만난 개인택시 기사 이연우(54) 씨는 ‘착한 다람쥐 택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산시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진도로 내려갔다. 이튿날, 단원고 2학년 학생 문모 양의 시신을 수습한 아버지를 안산 상록구에 있는 사랑의 병원 장례식장까지 태웠다.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까지는 약 410㎞.

자동차로 치면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그러나 세상이 멈춘 듯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이 씨는 손님과 몇 마디도 채 나누지 못했다. “먼저 얘기를 꺼내기가 뭐 하더라고. 겨우 ‘힘드셔서 어떡합니까. 힘내세요’ 이런 말만 하다 말았죠. 숨진 학생 아버님이 올라오는 내내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한숨만 쉬시더라고요.”

택시기사 김상근 씨도 이달 초 진도에서 유족들을 태우고 안산까지 올라왔다. 숨진 학생의 어머니를 비롯, 큰아버지ㆍ어머니 형제들까지 4명이 택시에 탔다. 그 역시 유족들에게 위로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택시 안은 침묵 뿐이었다. “오는 길에 어머니하고 큰아버지한테 전화가 수십통 오는데. 통화할 때마다 울더라고요.”

김 씨는 전날 밤 택시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운전대를 잡은 터였다. 그는 “유족들 앞에서 졸리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음악을 틀 수도 없고 쏟아지는 졸음을 악착같이 쫓으면서 올라왔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운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족들의 발’을 자처한 안산개인택시조합 소속 기사들은 모두 800여명. 이들은 사고 다음날인 4월17일부터 지금까지 안산과 진도 등에서 유족과 단원고 학생들을 실어날랐다. 택시비는 무료. 특히 진도로 내려간 기사들은 팽목항 주차장에서 대기하며 안산 등으로 이동하는 유족을 싣고 올라온다.

이렇게 안산과 진도를 오가며 쓰는 연료비ㆍ통행료 등 일체 비용도 실은 만만치 않다. 한 기사는 “기름 가득 채우는 데 7만원 가까이 드는데 진도 내려올 때 한번, 안산 올라가며 한번 넣었다. 통행료는 1만5000원 들었다”고 했다. 한 번 왕복에 15만원 넘게 드는 셈이지만 “모두 기사들이 스스로 부담한다”고 했다.

더구나 팽목항에는 기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기사들은 밤새 자동차 좌석에 앉아 퉁퉁 붓는 다리를 애써 모르는 척하며 잠을 청한다.

이연우 씨는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즈음 아버지가 ‘기사님, 너무 고맙습니다. 나중에 제가 감사 인사 꼭 드리겠습니다’라고 해요. 차에 적혀있는 기사 전화번호를 따로 적으시더라고요. 그 순간 피곤이고 뭐고 싹 다 잊었어요. 보답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라고 했다.

안산=이지웅ㆍ박준규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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