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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花發多風雨ㆍ極卽反’…운용사 CEO들이 한자로 풀어본 증시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최근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에 잠시 들떴는 데 다시 조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연이은 외국인 매수세에 2000안착을 기대했지만 1960선 아래로까지 빠졌습니다. 정말 주식시장을 예측하긴 참 어렵습니다. 안팎으로 너무나 변수가 많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 국내 자산운용사 CEO분들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시장의 혜안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한자를 통해 최근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서 이야기했습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요즘 중국어를 한창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차 찾아간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집무실 한 벽에는 ‘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의미를 묻자 강 대표는 중국어로도 또박또박 읽어주며 “꽃이 필 때는 그만큼 비바람도 많다”는 뜻이라고 풀어줬습니다. 당나라 때 시인이었던 우무릉(于武陵)의 유명한 시에서 따온 말이라고 합니다. 


국내증시에도 딱 들어 맞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꽃샘 추위 때처럼 봄이 왔지만 겨울도 만만치 않은 날씨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침 인터뷰를 한 4월 중순의 그날, 여의도 날씨는 봄이었지만 꽤 쌀쌀했습니다. 강 대표는 이를 국내 증시에 비유하며 주가도 2000선을 돌파하는 듯하지만 각종 악재도 함께 나타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만난 신영자산운용의 이상진 대표 역시 한자를 화두로 시장을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極卽反(극즉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대표는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오고, 반대로 최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국내 증시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지만 길게 보면 상승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좋은 기업을 발굴해 오랫동안 투자하는 가치투자철학을 지닌 이 대표에게 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한학(漢學)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서울 여의도 집무실 벽면은 정말 책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특히 주역, 도덕경 등 한학관련 서적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는 그 어렵다는 주역을 원서로 보며 공부한다고 합니다. 따로 공부하는 모임도 있고, 요즘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을 보는 눈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시장을 꿰뚫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의도에선 그 통찰력을 갖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24시간공부하고 분석합니다. 주식과 관련된 직접적인 공부라고 할수는 없지만 한자를 통해 시장을 바라보는 직관이 최근 만난 두 운용사 대표에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악재가 있어도 국내 증시에 꽃이 피고, 저점을 딛고 다시 상승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花發多風雨ㆍ極卽反’처럼 말입니다. 4월에 만나지 못한 진정한 봄을 5월엔 기대해봅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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