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업 넥슨 인재성장팀의 도옥림(28) 씨는 1500여명의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 활동을 총칭하는 ‘넥슨 포럼’의 기획과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국내 게임 기업에서 이런 고정 보직을 맡은 이는 사실상 도 씨뿐이다.
도 씨는 마라톤, 음악밴드, 회화 그리기, 명화감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해 기획안을 만든다. 해당분야 전문가와 교육시설을 섭외한다. 신청자 접수와 일대일 고충 상담도 진행한다. 프로젝트가 실제 운영에 들어가 마무리될 때까지 직접 현장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참여자들은 도 씨의 헌신적인 모습을 빗대 그를 ‘도 매니저’란 별명으로 부른다. 일부에선 일 욕심이 많다며 ‘도 야망’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지속적인 참여를 끌어내려면 계속 동기를 부여해야 하거든요. 그 때문에 더 큰 행사에 참여하거나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자고 독려하면 그렇게 한번씩 놀리곤 해요.”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때의 성취감은 참여자들이 가장 실감한다. 지난 해 8월 시작한 마라톤 프로젝트 ‘넥슨 러너즈’는 그해 11월 참여자 전원이 10㎞ 훈련을 완주했다. 고작 100m를 뛰고도 헉헉대던 이들이 3개월만에 극적으로 변신했다. ‘어, 나도 되네?’. 자신감 충전을 알리는 독백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도 씨도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주변에서 같이하자며 팔을 붙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관리하려면 어느 한 프로그램에 매여 있을 수가 없는 처지다. 그는 “내가 기획, 운영한 프로그램이 목표를 달성하고 잘 마무리되면 직접 참여 못지 않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북받치는 감격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상시 프로젝트로 자리잡은 ‘더놀자밴드’가 지난 해 가평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특별무대에 처음 섰을 때, 넥슨 러너즈가 완주 축하행사에서 저마다 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있을 때가 그랬다.
입사와 함께 넥슨 포럼을 진행한지 만 2년. 30여개의 크고작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까지 참여한 임직원 수는 500여명에 달한다. 지난 해 12월 첫 사옥으로 입주하면서 화실과 합주실, 3개의 다목적공간이 합쳐진 ‘크리에이티브랩’도 포럼 전용공간으로 지원받았다.
넥슨 포럼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이 예술경영의 일환으로 시도한 ‘아트 포럼’이 모티브가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력해 넥슨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 단편영화 제작 등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예술뿐 아니라 음악, 문화, 체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한 게 현재의 넥슨 포럼이다.
당초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소수에게만 제공하려던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만큼 그 속도는 더디지만 더 많은 직원들을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은 게 도 씨의 바람이다. “게임 회사이니 야근도 많고 지치기도 하죠. 포럼은 그런 가운데 잠깐 쉴 수 있고 개인의 행복을 찾는 귀중한 경험이 됩니다.”
도 씨는 “교육에 참가한 직원들이 ‘우리 회사 참 좋다’라는 말을 할 때는 기분이 참 좋다”며 “모든 직원들이 회사를 통해 꿈을 이루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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