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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200만, ‘절대강자’ 토익의 아성이 흔들린다
[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아침. 어김없이 전국의 일부 중ㆍ고등학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토익(TOEIC) 시험을 치르기 위해 휴일의 단잠을 뿌리치고, 아침 일찍부터 고사장에 찾는 학생과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토익은 매년 200만명의 사람을 시험장으로 향하게 하는 ‘수퍼 파워(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토익은 취업 성공의 지름길로 생각돼 왔다. 영어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평가 잣대로까지 여겨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익에 목을 매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토익(TOEICㆍ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은 이렇게 지난 1982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30여년 간을 영어시험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요즘엔 이같은 토익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매년 폭발적 증가 일로였던 응수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선 ‘토익무용론’이 나온지 오래다. 취업 준비생들도 토익시험 점수를 올리기보다 영어면접 준비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는 대학 입시에서 뿐 아니라 외고 입시에서도 토익이 퇴출된다는 점에서 그 ‘절대 위용’은 반감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7일 토익 주관사인 YBM 한국TOEIC위원회에 공개된 토익 응시생 현황에 따르면, 토익 응시생 수는 지난 2011년 211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2년(208만5874명), 2013년(207만8397명) 등 최근 2년간 계속 하락했다. 여전히 매년 200만명이 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토익 시험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응시생 수가 지금까지 거의 매년 증가만 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연이은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위풍당당하던 토익의 추락 예고는 주변 상황과 관련이 크다. 토익의 ‘대표성’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고3 학생들이 치르는 201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토익 등 공인 어학성적을 자기소개서에 쓰면 서류전형 점수가 0점 처리된다.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15학년도 외국어고ㆍ국제고 입시 자기소개서에서도 토익을 기재하면 안된다.


토익은 미국의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사가 개발한 시험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영어능력 평가시험이다. 1982년 YBM시사가 들여왔고, 기업에서 영어능력 평가시험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과 공공기관이 토익을 영어시험으로 채택하면서 급성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익은 영어 시험의 절대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문제유출, 응시료 폭리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토익 시험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여론 역시 팽배해졌다. 토익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외화낭비가 크다는 문제까지 꾸준히 제기되면서 기업들도 토익에 대한 비중을 낮추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토익은 영어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공식화됐지만 토익 점수와 실제 영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토익 고득점자들 상당수의 영어회화 능력은 기대 이하였기에, 기업들도 토익을 대체할 다른 수단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토익 점수가 낮아도 합격하는 입사자들이 많을 정도로 토익 점수에 비중을 거의 두고 있지 않다”며 “토익이 취업, 진학의 지름길이라는 공식은 이젠 옛말이 됐다”고 했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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