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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에서 ‘간호사’ 로 산다는 것…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간호사들이 현장에서 부족한 간호사들을 더 뽑지 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족하면 더 뽑으면 될 일인데, 왜 그들은 더 뽑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2015년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900명 증원키로 했다.

그러나 대한간호협회는 반대 성명까지 내면서 대학에서 간호사들을 더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29만4599명이다.그러나 이중 12만936명만 현직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고, 나머지 18만명은 현직을 떠났다.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5.9년, 평균 이직률은 16.8%다. 특히 졸업 후 병원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신규 간호사의 70%는 이직 의도를 갖고 있다.


이렇게 우울한 간호사들의 현실 배경에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가 자리잡고 있다.

전국 1750개 병원 중 간호사들이 그나마 가고 싶어하는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은 274개다. 간호사들이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그나마 간호사로서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 갖춰져 있고, 임금도 지방병원보다 낫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임금이 많게는 3배씩 차이가 나는데, 누가 지방 병원이나 작은 병원에서 일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는 20명. 미국 5.4명, 일본 7명, 호주 4명에 비하면 눈코 뜰 새 없이 환자를 봐야 한다. 그렇다고 이렇다할 육아시설도 없다. 전체 간호사의 98%는 여성. 여성들이 결혼과 함께 육아 문제에 부딪히지만, 대부분의 병원에는 보육시설이 없다. 당연히 24시간, 3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몇 년 일하다 직업을 바꾸거나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이직률도 높고, 항상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산다.

대한간호사협회는 미봉책으로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늘려 간호사를 더 배출하는 것에 정부가 매진할 게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보육시설을 확충해 간호사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해주면, 이직률이나 퇴직률이 떨어져, 지금과 같이 대학에서 더 많은 간호사들을 뽑을 필요 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와 OECD국가 중 최악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없이는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협회는 이어 “정부는 이제 독단적으로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결정하고 통보하는 하향식 정책결정방식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고 단순한 양적공급 정책을 지양해야 하며, 이미 배출된 간호사들의 이직·사직률을 낮추어 숙련된 간호사로 의료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제도와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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