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에서 가시방석으로…달라진 증권맨의 ‘설맞이’
증권사 주식거래대금 급감당기순익 6년새 10분의 1로 줄어
구조조정서 살아남았다면 다행…
# 2008년 2월 A증권사의 11년차 영업직원 박모(37ㆍ남) 과장은 연말 성과급으로 2000만원을 받은데 이어 설을 앞두고 기본급의 100%를‘ 떡값’으로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2007년 11월 2085까지 치솟으면서 증권맨들은 보너스 잔치에 들떴다.
# 2014년 1월 B증권사의 16년차 윤모(41ㆍ남) 차장은 증시 불황으로 연말 성과급은 커녕 설 명절‘ 떡값’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연말 구조조정에서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회사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터라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 증권맨들의 설맞이 풍경이 바뀌고 있다. 말그대로 ‘돈방석’ 설맞이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시방석’ 설맞이로 바뀌었다.
▶‘자리 보전’하는게 보너스?=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기본급을 일정비율로 지급하던 설 상여금 은 아예 사라졌다. 일부 대형 증권사만 30만~40만원 상당의 귀성비를 지급했을 뿐 대부분이 빈손으로 설연휴를 맞고 있다. 현대증권은 설날 귀성비로 사원 30만원, 책임자급(대리이상) 4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은 선물세트와 상품권으로 보너스를 대신했다.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동양증권은 아예 설 선물마저 준비하지 못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인수합병(M&A)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설 보너스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지난해말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이 보너스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0분의 1로 줄어든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증권가의 달라진 설맞이 풍경은 극심한 실적악화에 있다. 코스피 지수가 고공행진을 하던 2007년 4~9월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5713억원을 기록했으나 6년이 지난 2013년 4~9월 전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10분 1로 줄어들었다. 현대증권은 2013회계연도(4∼12월)에 645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도 지난해 각각 360억원, 11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됐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한화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6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업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설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실직상태나 다름없는 직원들도 많아 우울한 설을 맞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