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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원 속 동물 생활 어떻기에? 귀 잡혀 휘청거리고, 주먹에 머리 박고…폭력적인 동물쇼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동물원법안’을 발의하고 동물 관련 시민단체가 한데 모여 지난 2일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동물원 개선 움직임이 본격 일면서 동물원 속 동물의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바다코끼리 학대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경기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를 지난해 1월 방문 조사했다. 당시 초등학생, 유치원생 등이 관람한 오랑우탄 ‘오랑이’ 동물쇼를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영상에도 동물쇼의 폭력성이 묻어 나온다.

영상을 보면 남성 조련사가 오랑우탄 귀를 거칠게 잡아당기자 한 시민이 “아프겠다”고 안타까워하는 육성이 나온다. 그러나 조련사는 손을 뿌리치려는 오랑우탄에게 “아프라고 잡아당긴 거야”라고 말하며 오랑우탄이 휘청거릴 만큼 계속 귀를 잡아당긴다.

조련사가 “태권도 송판 격파를 보여주겠다”고 하자 오랑우탄은 사육사 손바닥에 자기 머리를 수차례 들이받고, 이어 조련사가 “차돌 격파”라며 주먹을 쥐자 오랑우탄은 역시 주먹에 머리를 들이받는다. 강도가 약하자 조련사는 “왜 이렇게 약해”라고 말한다.

김지영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조련사는 오랑이 쇼 도중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맞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며 “이처럼 폭력적인 쇼에 대해 몇몇 학부모들이 동물원 측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동물쇼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좋을 리도 없다”며 “공연 중에도 저렇게 폭력적이라면 뒤에서는 더 심한 학대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영상에서도 조련사가 손을 치켜들면 오랑우탄이 움찔움찔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6일 방문한 ‘김해 부경동물원’은 동물들이 자신의 습성과는 무관하게 어두운 실내에 열악하게 사육되고 있는 경우다. 예컨대 땅굴을 파거나 흙더미를 쌓는 습성이 있는 ‘프레리독’은 콘크리트 바닥에 별도의 은신처도 없어 겹겹이 쌓인 채 생활하고 살쾡이ㆍ늑대ㆍ원숭이ㆍ벵갈 호랑이처럼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동물도 밀폐된 좁은 공간에 생활한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이 때문에 이곳 동물 90% 이상이 좌우를 끝없이 왔다갔다하는 병(病)인 상동증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발의된 ‘동물원법안’은 환경부 장관 산하에 위원회를 두고 동물원 관리를 결정토록 하기 때문에 동물원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매년 수정ㆍ보완할 수 있다. 정상적인 사육 환경으로 바꿔가는 것도 용이하고 인위적인 동물쇼도 금지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동물원이 적지 않은데도 관련법이 전무해 학대 행위가 발생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나라”라며 “이것이 이번 법안 통과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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