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포상금 모교기부…최수근 농아인 사격선수
일반고 진학…비장애인과 똑같이 훈련장애인 스포츠 발전에 앞장서고 싶다
농아인 사격 국가대표선수가 우승 격려금으로 받은 포상금을 전액 모교에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IBK기업은행 사격단 소속 최수근(31ㆍ사진) 선수다.
최 선수는 지난 3일 모교인 경남대학교를 찾아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기업은행이 최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3 소피아 농아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최 선수에게 수여한 포상금이다. 최 선수는 포상금을 받자마자 그대로 경남대에 기부한 것이다.
경남대에 대한 그의 애정은 특별하다. 고교 시절 장애인 사격선수였던 자신을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 스카우트한 곳이 바로 경남대다.
그는 “경남대에 입학한 뒤 비장애인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고 체계적인 지도를 받았다”면서 “기업은행 사격단에 입단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경남대에서 4년간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은 뒤 지난 2005년 1월 기업은행 사격단 창단 멤버로 입단했다. 2011년에는 10m 공기소총 부문 일반부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격선수가 된 것이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실력을 유지해 3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10m 공기소총 부문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 지난해 런던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다. 최 선수는 대신 올해 소피아 농아인 올림픽에서 주종목인 10m 공기소총뿐만 아니라 50m 복사, 50m 3자세 등 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가 사격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보살핌이 큰 힘이 됐다.
최 선수는 태어난 지 6개월 때 열병을 앓고 청각을 잃었다. 장애 2등급으로, 보청기를 껴도 말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었다.
어머니는 비록 그가 청각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내 교육을 받게 했다. 때로는 어머니가 같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수업 내용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 총을 잡기 시작했다.
최 선수는 4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경찰청장기 사격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 선수는 “좀 더 많은 농아인들이 사격에 도전하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합해 국가대표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한 좋은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