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외교가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속수무책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라오스 정부가 ‘꽃제비’ 출신 탈북 청소년 9명을 중국으로 강제 추방했지만 외교부는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는가 하면 북한의 개입에도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15~23세의 남자 7명, 여자 2명의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을 탈출해 지난 10일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려다 억류당했다. 이들은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이민국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은 뒤, 지난 27일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또 다른 탈북자 3~4명과 함께 28일 오후 평양으로 이미 압송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우리 외교당국이 라오스 정부로부터 탈북 청소년 강제 추방 이후에야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는 점이다. 2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이경수 차관보를 팀장으로 하는 TF를 꾸렸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탈북자 출신으로 지난해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해 18일동안 단식을 했던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29일 “중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국으로 바로 못 데려오면 제3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외교부는 이전에도 탈북자문제에 있어서 귀찮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탄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외교당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인지 파악하고,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추궁해해야 한다”며 “최선을 다했는데도 막지 못했다면 어떤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탈북자와 관련된 정부의 정보력 부재와 함께 대중국, 대라오스 외교력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인 만큼 중국 정부의 역할과 함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는 북한 주민 신분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조치가 우선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탈북자 문제 처리에 있어서 이전까지 한국에 우호적이던 라오스 정부의 돌변한 태도도 주목된다. 대북 소식통은 “라오스의 이번 강제 추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라오스의 탈북자 정책이 변했다면 다른 탈북자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탈북 청소년 조사과정에 대사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보내는가 하면 중국으로 추방될 때에도 북한 관용여권을 소지한 사람을 동행시키는 등 공세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자 처벌과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