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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연모' 국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여도 좋네요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수목극 ‘내 연애의 모든 것(‘내연모’)’은 정치와 연애를 함께 엮은 드라마다. 그럼에도 정치 이야기가 제법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정치와 연애의 연관관계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연애는 이성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정치나 연애 모두 갈등과 대치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다 서로 싸우다 정 들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치가 로맨틱 코미디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난맥상에 빠지고 불통에 빠질수록 희망사항으로서의 드라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의 고민은 정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풀어내는 장르물의 형태를 취할수록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간다는 점이다. 이 점은 얼마 전 방송됐던 SBS ‘드라마의 제왕’과 비슷하다. 드라마의 제작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문적으로 파헤쳐 호평을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치 현안과 쟁점에 관한 이야기는 국민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만, 당장 일반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내연모’는 연애의 비중을 높여, 국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보수당인 대한국당 김수영 의원(신하균 분)과 진보당인 녹색정의당 노민영 의원(이민정)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김수영 의원이 언론법 날치기 날 노민영이란 마귀할멈 같은 여자에게 소화기로 얻어맞는 대참사 이후 둘은 항상 뉴스의 화제인물이 되고, 그렇게 싸우다가 김 의원은 점점 노 의원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1회까지 방송된 지금 두 사람은 국회 내에서 비밀연애 중이다.

똑똑한 두 국회의원 남녀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벌이는 서툰 애정 행각이 귀엽기까지 하다. 신하균이 이민정과 티격태격 싸우다 결국 그녀를 찾아가 두 손을 들고 ‘잘못했어’라고 하는 장면은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아도 평가가 좋고 마니아 시청자들도 형성됐다. 김수영 의원이 대한국당 고대룡 대표(천호진)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있다.

보수당과 진보당에 당적을 둔 두 의원은 이상적인 의원상에 가깝다. 의원이 달랑 두 명인 녹색정의당 당대표인 노민영 의원은 시민운동을 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기득권과 전쟁을 벌이며 힘없는 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노민영이 룸살롱에 모인 의원들에게 “이러니까 정치가 국민 뜯어먹고 산다고 하는 거거든요”라고 호통 친다.

김수영 의원도 사실 주류들과 안 논다. 형식상으로는 ‘왕따’에 가깝지만 대한국당 내 일개 거수기 역할을 거부한다. 기존 정치판의 구태를 뒤엎고 새 판을 짜겠다는 초심을 지니고 있는 그는 당리당략에 따르지 않는 정치가도 있음을 보여준다.


‘내연모’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완전히 국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됐다. 김수영 의원이나 노민영 의원의 연애사실을 보좌관 등 몇몇 사람이 알게 됐다. 여기에 김수영 의원을 좋아하는 보수지 정치부 안희선 기자(한채아)와 노민영 의원을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송준하 보좌관(박희순)이 4각관계를 만든다.

안 기자는 국회의원 중에서 선정한 워스트 드레서 기사를 쓰고 노 의원에 대해서도 안티성 기사를 쓴 ‘너절리스트’로 놀림을 받는다. 송준하 보좌관은 민영의 죽은 형부의 사촌동생으로, 정치계에 뛰어든 민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보좌관을 자청했다.

하지만 ‘내연모’의 멜로는 4각관계의 팽팽함이 없이 김수영과 노민영 의원의 로맨스가 처음부터 너무 확고하다. 두 사람이 중간에 티격태격하면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해피엔딩을 위한 수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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