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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쏠쏠한…그 이름 ‘미니앨범’
음반 침체·음원시장도 디지털 재편
수천만원 정규앨범도 히트 장담 못해
기성가수 변진섭·시나위 ‘단출한’ 컴백

틴탑·걸스데이 등 아이돌가수
신곡 수시 발표 인지도 높이는 데 도움
일부선 정규앨범 음원 나눠 공개 성공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최소한 이 구호는 한국 음반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최근 음반시장에서 10곡가량을 실은 완결된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가수는 희귀종이다. 신인과 중견을 막론하고 1~2곡을 담은 싱글(Single)이나 3~4곡을 담은 EP(Extended Play), 일명 미니앨범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변진섭은 최근 싱글 ‘사랑니’로 컴백했다. 그간 앨범 위주로 활동해온 그의 음악적 행보를 살펴보면 단출한 컴백이다. 변진섭은 싱글로 컴백한 이유에 대해 “음반시장이 침체된 지금 상황에서 정규앨범을 제작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며 “싱글을 집중해 만들어 자주 발표하고 그 곡들을 모아 팬들을 위한 ‘소장용’ 앨범을 내놓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답했다. 록밴드 시나위도 오는 5월 미니앨범으로 컴백한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또한 “정규앨범 제작은 정신적ㆍ경제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 된 게 현실”이라며 “힘을 여러 곡에 분산시키는 것보다 소수의 곡에 집중하는 것이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돌들 역시 싱글과 미니앨범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인 뒤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대세다. 2010년 미니앨범 ‘컴 인투 더 월드(Come Into The World)’로 데뷔한 틴탑은 데뷔 3년차인 지난 2월 첫 정규앨범 ‘No.1’을 발표했다. 역시 2010년 미니앨범 ‘걸스 데이 파티 넘버1(Girl’s Day Party #1)’으로 데뷔한 걸스데이도 지난 14일 데뷔 3년 만에 첫 정규앨범 ‘기대’를 내놓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정규앨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싱글과 미니앨범 제작은 수백만원이면 충분하다”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음원차트 1위 자리가 바뀌는 현실에서 2~3곡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정규앨범을 제작하는 것은 모험이다. 또 수시로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발표하면 공백기를 줄일 수 있고 곡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가수들은 정규앨범을 나눠 발매하는 방식으로 음반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지난해 버스커버스커는 첫 정규앨범을 두 차례 나눠 발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울랄라세션도 첫 정규앨범을 발라드 파트와 댄스 파트로 나눠 선보였다. 최근 10집 ‘공존(共存)-파트1 선셋(Sunset)’으로 돌아온 김경호는 앨범의 나머지 부분을 여름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하이 역시 첫 정규앨범의 음원을 두 차례 나눠 공개했다.

반면 인디씬에선 상대적으로 정규앨범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인디밴드 최초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십센치(10㎝), 이승기의 새 앨범을 프로듀싱한 에피톤프로젝트,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 등 다수의 인기 인디 뮤지션들은 여전히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지형은 지난해 한국 솔로가수 최초로 CD 2장에 무려 22곡을 담은 더블앨범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지형은 “정규앨범은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픈 ‘로망’ 같은 것”이라며 “음악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면 앨범은 무모한 시도이지만 진득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정규앨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디음악 전문차트 ‘인디고차트’를 공동 발행 중인 김웅 드럭레코드 대표는 “싱글과 앨범은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처럼 성격이 다르다”며 “인디씬엔 완결된 앨범을 중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앨범차트를 메인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사진은 ‘캐스커-파스텔뮤직’(위에서부터), ‘걸스데이’, ‘이하이’, ‘버스커버스커’,‘ 이지형’의 미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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