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싸이 이후…‘감’ 이 힘이다
KBS한류추진단 ‘PSY Before&After…’ 세미나로 살펴본 지속발전조건…직접지원보다 유통채널 확대 위한 ‘스킨십 네트워킹’ 공감대
강남스타일은 전에 없던 ‘진화된 K팝’
비쥬얼·유튜브·인맥의 성공적 결과물

재밌고 이상하단 의미 ‘Funny’ 공감
개별화된 지구촌 사회에 집단성 부여

아이돌 넘어선 신명나는 에너지 강점
‘코리아’ 브랜드 시대…우리것 살려야


지난 한 해 싸이는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대세’였다. 이제 ‘싸이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KBS 한류추진단이 21일 마련한 ‘PSY Before&After-한류지속발전의 조건’ 세미나는 싸이 현상에 대한 본질과 배경 분석을 토대로 차세대 한류의 지속발전을 위한 조건을 모색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싸이 이전과 이후-싸이 현상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논문에서 “싸이는 기존 한류 흐름과 전혀 다르게 출몰한 현상”이라면서 “기존 한류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진행된 기획상품이었다면, 싸이는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싸이는 유튜브와 아이튠즈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통해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뚫을 수 있었고, SNS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빠른 전파가 이뤄졌으며, 미국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선보였다”고 싸이의 국제적 성공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존 K-팝 소비는 서구 10대 문화의 확장이라면, 싸이 현상은 10대 문화에 국한하지 않는다”면서 “ ‘강남스타일’이 다양한 연령에 소구할 수 있었고, 기대보다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재미’를 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재미 있어서 떴다’는 말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어의 ‘funny’에 담긴 뉘앙스는 ‘이상하다’는 것이다. 싸이는 이상하고 낯선 이미지를 선사했다. 소위 망가지는 모습을 통해 자기 위안을 제공하며 개별화한 사회에 집단성을 부여했다. 싸이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선사한 것”이라고 ‘Funny Character’의 의미를 분석했다.

 
싸이의 성공 이후 한류의 지속발전의 조건을 모색해보는 KBS 한류추진단 주최 세미나‘ PSY Before & After-한류 지속 발전의 조건’이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려 다양한 대책들
이 나왔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 교수는 싸이 현상의 의의도 밝혔다. 기획사 중심의 해외시장 진출에 반성을 요청하고, 음악 유통채널을 위한 스킨십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한류의 의미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종적으로 싸이 현상을 지속시키기 위한 한류의 방향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서구를 닮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보여줄 것이며, 혼종성 자체가 브랜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익숙한 새로움(novum)’을 주어야 한다”면서 “한류 제작 생태계를 확보ㆍ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직접 지원보다 유통채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업계 대표로 나온 박충민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싸이의 성공을 우발적인 신드롬이나 현상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 ‘강남스타일’은 진화된 형태의 K-팝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학습하고 쌓여왔던 것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박 대표는 “보아나 원더걸스 등 싸이 이전 미국에 진출한 사례를 실패로 보지 않는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 장벽을 허무는 통로가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제작자는 그 시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력을 해왔다. 싸이의 성공에는 이들이 먼저 길을 닦은 덕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싸이를 미국에 진출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이규창 키노33 대표는 “싸이가 ‘강남스타일’이라는 곡만 가지고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다. 비쥬얼과 유튜브,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싸이를 지인인 스쿠터 브라운에게 소개한 에이전트다. 처음에는 브라운이 ‘강남스타일’의 저작권만 사려고 했으나 이 대표의 중재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성사시켰다. 싸이가 앨런쇼, 투데이쇼, SNL 등 미국 주류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브라운 덕분이다.

소니픽처스 슈퍼바이저 출신 콘텐츠 프로듀서이기도 한 이 대표는 “싸이가 LA에 왔을 때 브라운에게 친하게 지내면서 얘기도 하자고 제안하며 한인타운에 데려갔다. 이 자리에서 싸이 덕에 폭탄주도 알게 되었고, 서로 재미있게 놀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다듬어진 공식에 맞춰진 K-팝 아이돌 스타가 칼군무를 추는 것과 싸이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싸이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신명나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주눅들지 않고 영어로 자신있게 말한다. 이런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고형화할 수 있느냐가 제2의 싸이를 만들 수 있는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들 외에도 김진택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와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싸이 현상의 바탕 위에서 차세대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조건을 타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