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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 ‘세계 1위’ 외치기 전에 판매량부터 공개하라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전자 업계에서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수치가 하나 있다. 생활가전 제품의 ‘판매량’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얼마나 팔았는지 그 판매량을 알 수가 없다.

양사 모두 판매량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다.

자동차도 반도체도 TV도 원자재도 월별ㆍ분기별로 여러가지 방식으로 판매량이 공개된다. 회사들이 공개를 꺼리면 해당 산업의 협회나 정부기관에서 분기나 연도별로라도 관련 판매량을 공개한다. 그런데 유독 양사의 생활가전 제품 판매량만은 안갯속이다. 양사가 입맛에 맞을 때만 일부 제품의 기간별 판매량을 공개하지만 근거가 없다.

판매량이 공개되지 않으니 문제도 많이 생긴다.

누가 1등이냐를 놓고 서로 다투곤한다. 엄동설한인 1월에도 ‘에어컨 1위’ 자리를 놓고 양사간 신경전과 항의가 이어진다.

법정까지 가서야 시비를 가렸던 ‘냉장고 허위 광고 논란’의 출발점도 따지고 보면 판매량이다. 대용량 프리미엄 냉장고를 홍보하기 위해 양사가 ‘몇일만에 몇만대가 팔렸다’는 식의 자료를 나란히 내놓고 우기다 보니, 그게 ‘독한 광고전’으로 옮겨 붙었다. ‘A사 제품은 규격 문제로 대거 반품됐다’, ‘B사 제품은 프리미엄이란 말이 무색하게 싸구려 모델만 팔렸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양사 모두 귀는 막고 ‘우리가 더 많이 팔았네’만 외쳤다. 이왕이면 1등 제품을 사고 싶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햇갈렸을게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삼성과 LG는 나란히 ‘2015년까지 세계 생활가전 분야 1위를 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양사의 기술력이나 판매망을 감안하면 턱없어 보이는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정량적’인 목표를 던져놓고서도 양사는 여전히 판매‘량’ 공개는 외면하고 있다. 월별로, 분기별로 뭘 몇대나 팔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러다간 2년뒤에 “우리가 세계 1위에 올랐다”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경쟁사가 대번에 “무슨 소리냐 우리가 1위다”하고 나설 수도 있다.

세계 1위를 목표로 삼은건 소비자들에게 1등 제품으로써의 신뢰와 지지를 받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판매량 공개가 먼저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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