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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 10代ㆍ20代…그들은 왜 젊은 나이에 스스로를 지우려 하나?
-10代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는 워낙 다양
-대한민국의 ‘경쟁’ 최우선 주의도 문제
-10代, 20代의 모방심리도 막아줘야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한국이 ‘자살 공화국’이란 불명예를 벗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점이 우려스럽다.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10대와 20대의 자살은 한국 사회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한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대와 20대의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이다.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한 자살사망률은 10대는 5.5명, 20대는 24.3명이다. 이는 교통사고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앞지른다. 2011년 20대의 자살률은 24.3%로 10년 전과 대비했을 때 13.1%나 증가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자살한 10대는 373명으로 이는 2001년의 223명보다 67.3%가 늘어났다.

또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이 13세 이상 인구의 9.1%에 달했다. 이중 13세~19세 청소년의 응답율은 12.1%였다. 20대는 9.3%로 나타났다. 자살을 하고 싶었던 이유로 10대는 39.2%가 학교성적ㆍ진학문제를 꼽았다. 가정불화(16.9%), 경제적 어려움(16.7%) 등이 뒤를 이었다. 20대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2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직장문제(21.4%), 외로움(17%), 가정불화(7.9%) 순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입시 경쟁 문화가 청소년 자살률 증가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광호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자신의 인생이 성적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을 만드는 입시 문화가 문제”라며 “이 같은 경쟁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칫 방향을 잃고 도태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라이프 코스는 취업난 등이 심각한 20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적으로는 독립적이나 경제적으로는 독립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이 20대에 극단적 선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배주미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팀장 역시 “한국 사회의 인재개발 방식이 지나치게 성공 지상주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마치 서바이벌 게임처럼 직장과 연봉 등에서도 성공만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12월 경남 창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청년 3명도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던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10대와 20대의 자살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ㆍ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7월엔 강원도 원주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던 10살 소녀는 다만 “사는 게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복잡하고 다양한 자살원인을 마치 등식처럼 A=B라는 식으로 몰고갈 경우 자살률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0대와 20대는 모방 자살 우려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교수는 “자살 원인을 성적 비관 등으로 단정 짓는 것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학생들에게 자살을 충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대구 지역 중학생들의 잇단 자살, 2011년 카이스트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연쇄 자살처럼 자살로 이끄는 ‘방아쇠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한편 한국자살예방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청소년들의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소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가족화로 인한 소통 부재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또 갈등을 통해 배우며 살아가는 법인데, 학교도 가정도 이런 능력을 제대로 길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주미 팀장 역시 “일등 지상주의 풍토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갈등을 풀어가는 사회적 역량은 결핍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부분을 나약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족이나 선생님, 친구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유기적인 사회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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