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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판 수정 연금주주권, 재벌 총수에 고삐 채우는 효과...정치적 중립여부 논란일듯
‘결국 국민연금만한 게 없다.’
승리를 위해 재벌개혁의 기치를 세운 대선 후보들이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로 무장한 이유다. 순환출자금지로 ‘가공자본’을 제거하고, 연기금 주주권 행사로 약해진 재벌의 지배력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국민의 미래 재산인 연금을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임의로 활용한다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왜 국민연금인가=현재 367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운데 16.9%인 62조원이 국내 주식에 투자돼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도 삼성전자(6.59%) LG전자(6.16%) SK텔레콤(5.05%) 대한항공(9.80%) 등 169곳에 달한다. 국민연금 운용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운용자산 내 국내주식 보유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종목은 안정성이 높은 우량주가 대부분이다. 재벌 계열사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비중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국민연금 주식투자액 가운데 절반은 자산운용사 등 민간에 위탁돼 운용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에 국민연금은 ‘슈퍼 갑(甲)’이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방침은 이들 민간금융기관이 운용하는 투자자산의 의결권 행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외형상 62조원이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 이상인 셈이다.
▶주주권 강화 방향은=대선 후보 캠프 가운데 아직 구체적으로 주주권 강화 방향을 내놓은 곳은 없다. 다만 부당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 및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 희생되는 경우에 주총의결권과 사외이사 선임권 등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주주가치를 기준으로 주총의결권을 통한 주주권만 행사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이사회 참여와 회계장부열람 등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한다면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경영능력이 검증된 현재 재벌총수가 아니라, 능력 검증이 채 이뤄지지 않은 후계자가 경영을 맡을 경우에는 경영성과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다른 재벌규제책과 맞물리면 메가톤급 위력=대선 후보들이 이미 내놓은 출자총액제한과 순환출제규제와 맞물리면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의 위력은 배가 된다. 출자총액제한은 새로운 계열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제규제는 계열사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 수단으로 지목돼 왔다. 일감몰아주기를 막으면 후계 자금마련이 어려워지고, 순환출제금지로 후계 비용이 늘어나면 경영권 승계 후 지분율은 선대(先代)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줄어든 지분율에 국민연금의 견제까지 곁들여진다면 지금까지 막강했던 총수의 위상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연금 지분율이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서는 곳이 거의 없어 지금 당장 의결권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경영권을 견제할 만한 힘을 갖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주권 행사정도 논란 일 듯=대선 후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재계 반발이 거세다. 과연 국민연금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가와 국민의 미래 자산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타당하느냐가 주요 반대 논리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할 정도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과 학계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후보에게 정책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사회적 권력에 의한 사적기업 통제는 공공성이란 측면에서는 좋아보이지만, 연금자본주의로 흐를 수 있고, 정부 개입의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불법행위 부실투자 등 규범적 문제에 연기금이 주주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하지만 혁신이나 성장 등 경영적 측면에까지 개입하는 문제는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대기업에 대한 주식보유 비율이 더욱 높아져 대다수 민간기업이 국민연금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연금사회주의 도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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