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 앞서 KAIST 김찬혁 교수로부터 알츠하이머 단백질 치료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현미경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우리 축구도 국제화되니까 월드컵 예선 탈락은 생각도 안 하는 수준으로 올라간 것처럼, 첨단과학기술을 육성할 때에도 ’국가주의‘보다 ’국제주의‘로 접근해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 연구자, 기술자들과 함께 서로 동료처럼 연구해 나가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창업허브 M+ (마곡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의는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 전략 수립을 위해 윤 대통령이 주재한 첫 번째 회의다. 최근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에 대해 “우리 첨단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증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윤 대통령은 “영국은 투자금융 제도가 잘 되어 있고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발전했고, 미국은 마찬가지로 투자금융 제도가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야구, 농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내를 강요하면 혁신의 장애물이 된다”며 “여러분들이 혁신을 만들어 내는 데에 장애가 되는 제도가 있는 경우, 관계 장관에게 건의를 해 주신다면 신속하게 검토를 해서 ’이건 확실이 있어야 된다‘는 신념이 없는 부분들은 모두 없애겠다”며 불필요한 규제 해소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정부가 해야 될 일은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체계 잘 법제화 해주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고, 마켓에 활력을 주는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재정을 이용해 잘 골라 선도적으로 투자해 민간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 대외 요인으로 경제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고 수출과 교역에 어려움도 많지만 위기가 기회가 된다. 도전정신, 혁신의 마인드로 극복하면 성공하는 나라가 된다”며 “경제위기라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향상은 첨단과학기술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은 우선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지난달 국빈 방미 당시 ‘보스턴 클러스터’에 대한 현장 토론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 시작에 앞서 “그동안 수출전략회의를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 차원에서 진행해 왔는데, 오늘은 우리의 수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한번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가 급속도로 융합이 되고 있어 이제는 물리, 생물도 디지털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이 손으로 실험하는 것보다 수천만 배 빠른 속도로 실험을 해서 10년이 걸릴 연구 실험 과정이 한 시간이면 결과가 도출되는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방미 때 합의대로 서울대병원과 MIT가 서로 협력해서 바이오 동맹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도 국제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에 관심을 갖고 거기에 많은 투자를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 앞서 ㈜뉴라이브 송재준 대표로부터 '소리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
이어진 토론에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대통령께서 해외순방 때 방문한 외국 대학교가 카이스트에 공동연구를 제안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4월 미국 국빈 방문 시에도 MIT와 바이오 양자기술 공동연구의 길을 열어주셔서 감사드린다. 다만, 해외 유수의 대학교와의 공동연구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국 순방에서 귀국하는 길에 과기부 장관에게 30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 중 국제협력 부분을 크게 늘리라고 지시했다”며 “이 예산을 활용해 국제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바이오 파운드리는 균주 확보가 제일 중요한데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 규제로 인해 균주 확보에 9개월에서 3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관련 부처에서 규제를 개선해 준다면 바이오 파운드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선해 글로벌 협력 강화의 기반도 마련하고 선제적인 시장 구축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LMO 규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와 신속히 협의해 소량의 상업용 생산 등의 경우 검사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
의료·헬스케어 분야 데이터 기업 테서(Tesser)의 이수현 대표는 “의료 AI 분야에서는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병원 데이터는 밖으로 나오기 어려워 데이터 공유가 힘들고, 의료 분야 오픈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등 접근에 제약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데이터 활용에 대해 민간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악용할 소지가 없고 비식별화만 정확히 된다면 우리 첨단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의료 데이터도 산업 자원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법인 광장의 박환성 변호사는 “최근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을 손해배상액과 처벌 수위가 우리보다 높은 미국에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하며 우리의 지재권 보호제도도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기 직전, 바이오 의약품 기술,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시연을 관람하고 제품 설명을 청취하기도 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