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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메이저 코스 세팅의 표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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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도중 깊은 러프에서 볼을 찾고 있는 유현조와 캐디.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경기도 여주)=이강래 기자]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24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3일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 클럽에는 대회 첫날 임에도 불구하고 1만 2천명이 넘는 구름 갤러리가 몰렸다. 윤이나와 박성현의 맞대결이란 흥행 카드에 휴일를 맞아 필드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갤러리들 사이에선 단연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가 화제였다. 볼이 긴 풀에 들어가면 찾기도 힘들 뿐더러 1타를 손해보고 레이업을 통해 페어웨이로 빼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정한 메이저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변별력 높은 코스 세팅에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흥미롭게, 그리고 진지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경기는 모처럼 골프가 장타력만의 승부가 아닌, 정확성과 더 나아가 인내심을 겨루는 경기임을 보여줬다. 선수들은 긴장감 높은 코스에서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려 한샷 한샷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첫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08명중 6명.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KLPGA투어의 위상에 부합하는 대회 코스의 수준이 반가웠다.

3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박도영은 "코스 자체가 길기도 하고,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는 길어서 티 샷이 가장 까다롭다"며 "러프에 가면 무조건 웨지로 레이 업을 해야 한다. 보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코스이기 때문에 보기를 할 때는 보기를 하고, 찬스가 오면 잡아야 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1타 차 공동 2위에 오른 윤이나 역시 "프로 선수라면 다양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잘 풀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코스 세팅이 선수들의 능력치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블루헤런 측은 페어웨이 폭은 15~25m, 러프 길이는 15cm 내외로 일정하게 준비했다. 가장 큰 공을 들인 부분은 승부가 갈리는 그린이다.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 미터 기준 3.5m. 이를 위해 대회 개막 한달 전부터 그린 예고를 천천히 낮춰 일주일 전부터는 2.8mm 길이로 예지했다. 또한 날씨에 의해 그린 잔디의 저항이 생겨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으며 잔디의 밀도를 높혀 본 대로 굴러가는 정직한 그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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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러프와 B러프 경계 지역에 떨어진 볼. 진행 요원이 볼을 찾기 쉽도록 빨간 깃발로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사진=KLPGA]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인 US오픈은 이븐파 언저리에서 우승자가 탄생하도록 코스를 가혹하게 세팅한다. 개미 허리처럼 좁은 페어웨이에 발목이 푹푹 빠지는 깊은 러프, 그리고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그린으로 대표되는 US오픈의 코스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악명높다. 이런 환경에서 인내심이 바닥난 선수들은 프로골퍼로선 치욕적인 80대 스코어를 쏟아낸다. 그렇다고 선수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US오픈을 개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선수들의 기량을 공정하고 꼼꼼하게 검증해 최고의 선수를 가린다는 목표가 있다. 따라서 14개 클럽을 고루 테스트할 수 있도록 코스를 세팅한다. 국내 대회중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골프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블루 헤런 골프클럽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부실한 코스가 원인이겠지만 올해는 유독 선수들이 먼저 프리퍼드 라이 룰을 요청한 대회들이 여럿 있었다. 골프의 기본 룰은 “공이 있는 그대로 치는 것(Ball played as it lies)”이다.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되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뭔가 퇴보하는 느낌이다. 미국과 한국의 골프장 환경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나 블루 헤런 같은 골프장도 있다. 타이틀 스폰서가 소유한 골프장이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는 쉬운 코스 세팅으로 무더기 언더파가 양산되고 있다. 평이한 코스 세팅으로 웨지 게임 위주로 경기가 흘러간 탓이 크다. 대회 코스는 기본적으로 어려워야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다. 골프 대중화가 이뤄진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고 골프 팬들의 안목도 높아졌다. 코스가 어려울수록 진검 승부가 이뤄진다는 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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