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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솔로’PD가 작가 명단에 이름 올린 목적은 따로 있었다[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는 솔로’ 남규홍 PD가 자신과 딸을 작가 크레딧에 올린 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논란은 끝난 게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남 PD의 이런 행위를 방송계에서는 억대에 달하는 재방송료를 노렸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방료가 핵심은 아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남 PD는 "현재 재방송료를 받고 있지 않다. 피디로서 우리는 재방료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글과 자막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 향상만 바라고 일했을 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남는 것은 스크롤 한줄 뿐이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왜 계속 남 PD와 두 중견 PD, 그리고 자신의 딸 남인후는 크레딧 표기를 세분화해 계속 작가로 이름을 올리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솔로'의 2차저작물에 대한 권리 때문이다. 예능작가들은 크리에이터로서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는데, 재방송 시 지급되는 일정의 저작권료인 재방료를 받고 있어, 재방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작가들이 저작권을 일정 부분 갖게 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의 수입은 방송료(첫방)와 재방송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나는 솔로'는 기수별로 최종선택후 '현커'(현재커플)와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를 통해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라방)이 큰 인기다. '나는 솔로'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도 계속 방송되고 있다.

'나솔' 유튜브와 '나솔사계' 등이 모두 '나는 솔로'의 2차 저작물이다. '나는 솔로'를 바탕으로 책을 낼 수도 있는데, 이 또한 2차 저작물이다.

이런 2차 저작물을 내려면 작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야 작가들과 문제가 없어 2차 저작물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만약 작가들이 반대하면 2차 저작물을 내려야 한다. 작가들이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하나만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 남 PD에게는 이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촌장엔터테인먼트 남규홍 대표가 유튜브 멤버십 유료화 계획(월 7990원)을 발표했다가 반발로 철회해 잠정 보류된 적이 있다.

남 PD는 콘텐츠 사업가로 계속 콘텐츠 사업을 확장해나가야 하지만, 저작권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남 PD가 SBS 소속 PD로서는 이런 상황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업자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일이다.

남 PD가 자신과 딸을 작가 명단에 올리는 것에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 외에 이런 문제가 놓여있다. 특히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작가와 피디의 업무가 혼재돼 있다. 작가의 기능은 작가 고유의 자막을 창의적으로 쓰기보다는(리얼리티 예능에서 작가가 창의적으로 대본을 쓴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 스크립터로서의 기능이 더 많다.

남규홍 PD는 '나는 솔로' 참가자들을 거의 모두 직접 인터뷰한다.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작가들도 할만한 업무다. 이 때문에 '나는 솔로'가 남규홍의 색깔이 더욱 짙게 나는 프로그램이 된다. 출연자 선택이 여기서 결정된다. 어떤 출연자는 인터뷰 하고 2~3년 있다가 나오기도 한다. 남 PD가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의 뇌피셜로 한마디 추가하면, 남 PD는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가 앞으로 어떤 말과 어떤 짓을 할지를 예상해, '나는 솔로' 흥행에 도움이 되는 캐릭터 위주로 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 PD와 함께 작가(기획구성)로 이름을 올린 나상원, 백정훈 PD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 PD는 PD들이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창작료를 못받고 있다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나는 솔로' PD는 대다수가 월급을 받는 직원이며, 작가는 출퇴근 개념이 없는 프리랜서다. PD 출신 제작사 대표인 남 PD는 팔이 안으로 굽듯, 고생하는 PD도 앞으로 저작권의 하나인 재방료 같은 걸 챙겨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남 PD는 이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지난 9일 "작가들의 권리와 노동 인권을 무시하는 그의 갑질과 막말을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냈고, 한국방송작가협회도 남규홍 PD가 '나는 솔로' 작가들과 집필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바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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