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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48] 디오픈 첫 개최지 프레스트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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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트윅의 프로샵. 1860년 디오픈 개최지답게 옛날 클럽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프레스트윅만이 가능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1860년에 디오픈을 제일 처음 개최한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에어셔 프레스트윅의 코스 프레스트윅(Prestwick)골프클럽을 찾았다. 이 코스는 이후 1872년까지 11번 연속 디오픈을 개최되었으며 1925년 24번째 대회를 개최하고는 순회 개최지에서 사라졌다.

1851년 해안 언덕 옆에 12홀 3799야드로 개장한 게 골프장의 시작이다. 세인트앤드루스 출신 올드 톰 모리스가 스승이던 알렌 로버트슨의 미움을 사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쫓겨나 일하게 된 직장이었다. 모리스는 개장부터 1864년까지 14년간 클럽의 그린키퍼이자 클럽 제작자이면서 프로로 생활했고 이듬해 1865년에는 세인트앤드루스의 코스 수리를 위해 돌아갔다. 12홀로 유지되던 골프장은 1882년에 골프장이 북쪽의 땅을 추가로 매입해 찰스 헌터를 통해 6홀을 추가해 18홀 코스로 늘렸다.

디오픈은 원래는 12홀 코스를 세 번 돌아 36홀로 경기했다. 첫해 경기는 1860년 10월17일 선수 8명이 출전해 단 하루 열려서 윌리 파크 시니어가 55-59-60타를 합쳐 174타로 올드 톰 모리스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윌리 파크는 우승 기념으로 클럽 회원들이 25파운드에 구입한 은색 걸쇠가 달린 빨간색 모로코 벨트를 받았다.

제2회째인 1861년 디오픈에서는 톰 모리스가 벼르고 별러 첫 라운드부터 54타를 치고 56, 53타를 쳐서 163타로 우승했고 3회 대회까지 2연패했다. 1868년부터는 그의 아들 영 톰 모리스가 3연패를 했다. 그러자 챔피언 밸트가 영영 수여되었고 이듬해는 챔피언에게 수여할 벨트를 만들 돈이 모자라서 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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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에서 열린 24번의 디오픈 챔피언이 소개되고 있다. 아래는 클라렛 저그와 챔피언 벨트.


결국 한 해 쉬고 1872년에 트로피로 클라렛 저그를 만들었는데 그 것 역시 영 톰 모리스가 우승하면서 4연패를 달성했다. 프레스트윅에서 살던 영 모리스에게는 프레스트윅이 홈 코스였고 거기서 4번을 연달아 이기게 되자 게임의 형식이 바뀐다.

1873년에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개최되고 이듬해 9홀 규모 머슬버러-프레스트윅으로 이어지는 3개 코스의 순환 개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하루에 12홀 코스는 세 번, 9홀은 4번, 18홀은 두 번 도는 하루 36홀 경기는 31회에 가서 악천후로 인해 깨졌다. 1891년 디오픈이 10월 6~7일의 이틀 경기로 늘어났는데 막상 치러보니 할 만했다.

이듬해인 1892년 대회부터는 순환 개최되던 에딘버러의 머슬버러가 사라지고 18홀의 뮤어필드가 개최 코스로 대체된다. 머슬버러는 원래 9홀 규모였기 때문이다. 당시 에딘버러컴퍼니가 머슬버러 대신 뮤어필드에 힘을 실으면서 향후 대회 방식도 18홀 2라운드를 이틀간 돌아 72홀을 치르는 경기로 정착되기에 이른다.

하루 36홀씩 이틀간 치르던 디오픈은 44회째를 맞은 1904년이 되면 악천후로 인해 3일 경기로 치러졌다. 이후로 날씨 사정에 따라 이틀과 3일 경기를 섞어서 했다. 오늘날처럼 완전한 4일간 4라운드 72홀 경기가 시작된 건 1959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제89회 대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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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파3인 히말라야 홀은 언덕 정상의 침목에 블루티, 화이트티 별로 색깔을 칠해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머슬버러는 9홀짜리 코스여서 디오픈에서 사라졌지만 프레스트윅이 제외던 것 역시 대회를 치르기엔 너무 좁다는 게 이유였다. 24번째 대회를 치른 1925년에는 대회 규모는 매년 성장하고 갤러리도 많아지는 데 비해 코스가 너무 복잡하고 어수선했다. 지금도 이 코스는 몇몇 개 홀이 서로 마주보고 공을 쳐야 하고 그린이 맞붙어 있어서 안전 사고의 위험이 있다.

하물며 수천 명의 관중이 몰리면 원활하게 대회를 치르기는 무척 어렵다. 당대 디오픈을 참관한 최고의 골프 작가 버나드 다윈은 ‘디오픈이 프레스트윅에서 다시 개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논평을 했다.

내가 라운드할 때도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보였다. 그린 바로 옆으로 다음 홀 티잉 구역이 있거나 서로 홀이 오가면서 타구 사고의 우려도 있어 보였다. 1번 홀은 기차길 옆으로 페어웨이가 이어지지만 슬라이스를 염려한 때문인지 이 홀에서 티샷은 아이언으로 페어웨이 오른쪽을 겨냥하라고 안내한다. 또한 블라인드 홀인 5번, 17번 홀은 홀아웃하면서 종을 울려야 다음 조가 샷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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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트윅의 17번 홀은 별칭인 알프스 홀이다. 세컨드 샷에서 언덕을 넘겨 치면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


프레스트윅의 클럽하우스는 옛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두고 있었다. 영 톰 모리스가 받았던 클라렛 저그와 함께 챔피언벨트까지 진열하고 있다. 회원들이 모여 운영회의를 하던 공간에는 역대 클럽챔피언, 캡틴 등의 초상화와 사진이 벽면을 가득했다.

현재 파71 6544야드로 운영되는 이 코스는 많은 홀이 평탄하지만 기복 심한 지형을 가졌다. 초기의 그린 중 6개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사용된다. ‘알프스’라는 별칭의 17번, ‘추기경’이라는 이름의 3번, 파3인 5번 홀 ‘히말라야’, 씨헤드리그인 13번 홀 그린이 그렇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옆의 기차역에서는 그 옛날 골퍼들이 부푼 마음을 안고 백을 싣고 기차를 타고 이 골프장에 왔으리라. 지난 2016년에는 이 골프장에서 디오픈 첫 대회를 가졌던 윌리 파크의 후손 안나 파크와 올드 톰 모리스의 증손녀 셀라 웨커가 골프장 지배인과 함께 포즈를 취한 적이 있다. 156년 뒤의 1번 홀(578야드)이 있던 비석 옆에 후손들이 서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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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트윅의 옛 1번 홀 옆에 선 멍고 파크 자손 안나 파크(왼쪽), 톰 모리스 증손녀 셀라 워커.


<골프매거진>은 2021년 세계 100대 코스 중 69위에 이 코스를 올렸고, <골프다이제스트>는 2022년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89위에 올렸다. 디오픈 기간에 스코틀랜드를 찾았던 나는 부킹이 극히 어려웠지만 세계 100대 코스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사 센텀골프를 통해 코스를 라운드할 수 있었다.

디오픈을 올드코스 다음으로 많이 개최한 코스인 만큼 라운드의 만족도는 높았다. 좁은 코스에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는데 이 코스를 또 치겠느냐 하면 그래도 나는 ‘진정 그렇다’고 말하겠다. 전장은 짧지만 이 코스에서는 왠지 정감이 간다. 타깃 지점이 엉뚱하지만 알고나면 재미가 생긴다. 다음에 가면 더 잘 칠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도 든다. 많은 홀에서 내가 했던 플레이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100대 코스의 주요한 평가 기준의 하나가 ‘기억성’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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