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포츠 타타라타] ‘AI 스포츠중계’ 한국 스타트업기업에 주목
이미지중앙

제67회 종별탁구선수권 이 열리고 있는 김천실내체육관의 전경. 이 대회에서 국내 스포츠중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획기적인 AI 무인중계가 시도됐다.[사진=PP라이프]


#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뺏는 일은, 교과서에서 배운 ‘1811년 러다이트(Luddites, 기계파괴운동)’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왔다. 기술혁신이 계속되는 한 직업(노동)의 증발은 계속될 것이고, 특히 지금은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탓에 가속화 양상을 띠고 있다. ‘2033년이면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진다(영국 옥스퍼드대)’, ‘2027년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 섬뜩한 예측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주요 선진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이 핫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실적용도 이뤄지고 있다.

# 현대 스포츠는 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그렇다. ICT(정보통신기술) 혁명으로 인해 미디어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스포츠중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직관’이 제한되면서 스포츠의 미디어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렇다면 미래의 스포츠중계는 어떨까? 바둑에서 AI가 사람을 이기고,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는데 스포츠 중계도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 경북 김천에서 29일 개막해 6일까지 계속되는 제67회 종별탁구선수권 대회는 큰 의미가 있다. 1년반 만에 대한탁구협회가 여는 공식대회, 노장 강문수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여일반 단체)과 42살 최현진 감독의 인삼공사 우승 등 탁구계 내부의 풍성한 화젯거리가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국내 최초(어쩌면 세계 최초)의 무인중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픽셀스코프(대표 권기환). 지난달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과 2년간 10억 원에 달하는 후원계약을 맺은 이 회사는 산업용 렌즈, 이미지 프로세시, 딥러닝 등 스포츠데이터를 분석하는 실력 있는 스타트업 회사다. ‘Track Every Moment(모든 움직임을 추적한다)’는 모토 아래 스포츠중계 자동화, 최고의 스포츠데이터 생산 및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지중앙

픽셀스코프의 직원 3명이 무인중계가 적용되고 있는 1번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중계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 및 버그 개선 작업만 한다. [사진=PP라이프]


# 이번에 픽셀스코프가 첫 시도한 무인중계에는 ‘사람이 없다’. 대회 하루 전 메인테이블에 13개의 카메라(용도가 다 다르다)를 설치해 놓고, 프로그램에 연결해 스타트 명령만 내리면 이후 모든 중계방송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경기상황에 따라 카메라가 서브를 넣는 선수A, 전체화면, 선수B의 클로우즈업 화면 등으로 알아서 화면을 바꾼다. 여기에 타구의 속도, 볼의 궤적, 그리고 낙하위치 등 상세한 정보까지 제공한다. 이런 픽셀스코프의 중계는 최소 3~5명의 카메라 맨과 PD 등이 경기를 지켜보며 손을 놀려야하는 기존 사람이 하는 시스템에 비하면 그야말로 혁명에 가깝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은 원리인데, 자동차는 사람 1명을 대신하지만 픽셀스코프의 중계는 여러 사람의 노동을 ‘순삭’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 회사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앞서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픽셀롯’이 2019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한국에도 도입돼 있다). 빼어난 영상분석기술을 바탕으로 AI를 접목해 축구, 배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 무인중계를 실현한 것이다. 렌즈 4개가 달려 있는 카메라와 촬영 영상을 처리하는 VPU(Video Processing Unit)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공을 추적해 자동으로 중계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픽셀스코프는 이런 픽셀롯의 중계를 ‘애들 장난 수준’으로 만들어버린다. 픽셀롯이 축구중계에서 민머리의 부심을 쫓아 화면에 담았다는 일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두 중계를 보면 바로 우열이 갈린다. 더욱이 픽셀롯이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외국기업인 반면 픽셀스코프는 순 국내기술이다.

이미지중앙

픽셀스코프가 선보인 무인중계방송의 캡처화면. 타구의 궤적(왼쪽) 및 경기내용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까지 제공한다. [유튜브 KTTA TV 화면 캡처]

# 픽셀스코프의 권기환 대표는 “현재 기술로는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네트 종목은 모두 가능하다. 좁은 공간에서 열리는 탁구가 테스트 베드(TEST BED)로 가장 좋다고 판단해 선도적으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한 것이다. 이미 다른 경기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픽셀스코프는 꼼꼼하게 국내외 특허도 모두 마쳐놓았다. 기술수출에 대비한 것이다. 언제가 한국의 야구중계기술이 대만 등 해외로 수출한다는 기사를 접한 후 뿌듯해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적인 IT강국이자, 세계 10대 스포츠강국인 한국이 미래의 스포츠중계 시장에서 또 다른 한류를 일으키지 않을까? 스포츠중계 역사를 바꾸겠다고 나선 한국의 젊은기업 픽셀스코프를 응원한다. 유병철 스포츠칼럼니스트*

* 스포츠사회학 박사, 한국실업탁구연맹 사무처장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