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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당신의 취미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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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학개론 등을 강의하는 김선진 교수의 책, '재미의 본질'.


# 취미(趣味)는 국어사전을 보면 3가지 뜻이 나온다. 그 첫 번째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재미로 즐겨 하는 일’이라며 hobby, interest, pastime 등이 나와 있다. 어쨌든 취미와 재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싶다. ‘재미를 연구하는 남자’로 유명한 김선진 교수(경성대)는 ‘재미의 본질’이라는 책에서 재미의 3대요소를 'FUN'이라는 약자로 설명했다. 첫째 F는 free, 둘째 U는 Unfamilia, 섯째 N은 Network의 첫 글자를 각각 따왔다. 즉, 재미(FUN)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free) 선택해서, 익숙하지 않은(Unfamilia) 일에 도전을 하고, 다른 사람과 새로운 인연(Network)을 맺으면서 경험하게 되는 긍정적인 정서 변화라는 것이다. 이렇게 재미를 추구하고 살아야 진정 행복한 삶이 된다. 구체적으로 ‘가키배만만’(가지기, 키우기, 배우기, 만들기, 만나기)를 하면 좋다고 한다.

#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는 2021년 상반기, 사람들은 ‘취미(혹은 재미)’와 관련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가장 최근인 지난 9일 한국 최대의 게임회사인 넥슨코리아의 김대훤 신규개발총괄 부사장은 한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빠른 디지털 전환과 상호작용의 강화가 각기 다른 영역에 있던 취미생활과 게임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운동 기구인 ‘즈위프트’(Zwift)를 언급했다. 뭐 여기까지는 상식적이다. 원래 놀이-게임-스포츠(운동)가 다들 재미를 추구하는 취미생활의 하위테마이니, 자기들끼리 섞이면서 더 큰 영역인 취미생활을 흔들 수 있으니 말이다. 단지 “게임의 강점은 상호작용성에 있다.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근본 속성을 풀어주는 취미생활 중 하나”라는 말이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 상호작용!

# 보다 강력한 메시지도 있었다. 지난 4월 일본의 도쿄의과치과대학이 4만 8,00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연구한 것을 발표했는데, ‘취미가 많은 노인이 오래산다’고 규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취미가 없는 노인과 비교했을 때 취미가 2개 이상인 노인의 사망 위험도는 10% 낮았다. 취미가 5개인 사람은 무려 31% 낮았다. 그리고 취미가 1개인데도 바둑, 장기, 게이트볼 등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취미인 경우에는 취미가 없는 노인에 비해 사망위험도가 13% 낮았다. 그래서 산책을 하더라도 혼자 하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하라고 주문한다. 상호작용이 높은 취미활동울 많이 하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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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많은 노인의 경우 사망리스크가 크게 떨어진다'는 일본 NHK의 보도. [캡처=N\HK홈페이지]

# 비슷한 시기, EBS는 핀란드 미디어의 보도와 현지 특파원을 통해 이 유명한 복지 및 교육선진국이 450억 원의 정부예산을 아이들의 취미활동에 대대적인 투입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핀란드 전역의 23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상이다. 우리네의 무료 방과후활동이 아닌가라고 섣불리 진단하면 오산이다. 핀란드는 파쿠르, 암벽 타기, 볼링, 스키 및 스노보드 등 비용이 들어 부유층 자녀들만 누리던 것들을 모든 아이들에게 다 무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는 취미생활은 해당 시설까지 이동하는 교통편까지 나라에서 제공한다. 앞서가는 나라는 아이들의 취미생활까지 정부가 챙기는 것이다.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한국 아이들이 딱하게 느껴진다.

# 취미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생로병사’의 2021년 첫 편으로 방영된 내용도 눈길을 끈다. ‘블루존의 늙지 않는 비밀-1편 움직이고, 어울려라’인데, 사실 제목에 핵심이 응축돼 있다. 블루존은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미국 로마린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이카리아, 코스타리카 니코야, 일본 오키나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 지역들에서는 단순히 오래사시는 것을 넘어 노화로 인한 질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공통점은 ‘운동 등 지속적인 신체활동과 원활한 사회관계’였다. 방송에는 한국 사례도 나오는데 80이 넘은 제주 해녀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가씨 같은 체형에 젊은 사람 못지않게 성큼성큼 걸어다녔다.

#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생로병사의 해녀 분처럼 직업 자체가 움직이고, 즐겁게 어울리는 삶을 보장한다면(취미와 직업의 결합) 더 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이제 취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장수를 보장하는 ‘움직이고, 어울리는 취미’를 늘 가동해야 하는 것이다. 2018년 작고한 국문학자 김윤식은 제자들에게 “일보다는 취미가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깝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에게 맞는 취미활동을 찾아 즐기자. 특히 ‘재미있는 스포츠’는 최고의 취미활동으로 손색이 없다. 조기축구를 하든, 사회인 야구를 하든, 탁구나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하든, 아니면 자전거나 등산에 나서든, 재미를 느끼면서 타인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취미는 어떠신가요?” 건강이 중요한 시기, 가까운 사람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격려할 필요가 있다. 유병철 스포츠칼럼니스트(한국실업탁구연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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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진행하는 '스포츠7330' 캠페인. 스포츠 중에서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스포츠라면 더 좋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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