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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3)회장선거 겨우 1표 받은 박노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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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 후보.


지난 12일에 온라인투표로 진행했던 대한골프협회 회장선거의 결과는 이중명 후보 101표, 우기정 후보 55표, 박노승 후보 1표 였다. 겨우 1표가 나왔다는 결과에 박 후보자 자신은 물론이고 그를 응원하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1표 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 1표에는 큰 의미가 있다. 대한골프협회의 민낮을 그대로 보여주는 계기였다.

굴욕의 1표
박 후보의 출마를 응원해 준 사람들은 많았다. 한국 골프의 앞날을 걱정하고 더 나은 길로 가기 위해서 대한골프협회가 펼치는 정책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166명의 선거인들은 대한골프협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박 후보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혹시나 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피해가고 싶어했다. 박 후보는 겨우 1표를 받으면서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완전하게 제압당하는 굴욕적인 결과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개인적인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행운의 1표
선거 규정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 한 사람뿐이다. 선거인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 되어있고 전화와 정보통신에 의한 선거운동 만을 허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선거인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지지를 호소했고 카톡과 우편으로 선거공약을 발송했다. 30명 정도의 선거인들이 전화 또는 카톡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선전을 응원해 주었다. 박 후보는 지지자 중에서 최소 10표 정도의 득표를 기대했지만 1표가 나온 결과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그 1표가 오히려 행운이었음을 발견했다.

선거에 패배하면 빚만 남는다는 말이 있지만 박 후보는 금전적인 빚도 없고 자기에게 표를 준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느낄 필요도 없는 깨끗한 결과였다. 목표로 삼았던 10표 이상의 표를 받았더라면 마음의 빚이 크게 남을 뻔 했다. 박 후보는 누가 자기에게 1표를 투표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아무 부담도 없이 다시 자기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불공정했던 선거 시스템
166명의 선거인단은 17개 시도 골프협회와 4개 골프연맹에서 추천 받은 협회 임직원, 지도자, 선수, 동호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지역의 선거인들은 지역 골프협회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지역 협회장이 내부적으로 특정한 후보의 지지를 알려주었고 선거인들은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조직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직접투표 방식을 온라인 투표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선거인들은 조직 결정의 이탈을 두려워했다.

선거인 명부에는 단체명, 직군, 주소 전화번호 등이 나와있는데 처음 명부를 받은 박 후보는 경악했다. 166명 중에서 86명의 전화번호가 없었고 단체명과 직군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전화번호가 없이는 어떤 선거운동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화번호 공개를 반복해서 요구하는 박 후보에게 투표 날 까지도 35명의 선거인 전화번호가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후보들이 그 전화번호들을 알고 있거나 알 필요도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적인 항의를 위해 선거관리위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청했지만 대한골프협회는 선거관리위원 명단을 비밀로 한다는 회신을 해 왔을 뿐이었다. 박 후보는 아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알 지 못한다.

박 후보는 선거를 집행하는 대한골프협회의 행정능력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이제 와서 비판하며 법적인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훨씬 날카로운 눈으로 협회를 지켜보며, 더 강해진 전투력으로 한국골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4년 후 회장 선거의 기회는 다시 오기 때문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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