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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26) 외다리 골프선생 어니스트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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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존스의 1916년 스윙.


골프 레슨의 역사를 살펴보면 골프선생의 시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특별한 인물이 있다. 영국 태생 프로 골퍼였던 어니스트 존스(Ernest Jones, 1887-1965)의 이야기를 돌아보며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어니스트 존스는 젊은 시절에 영국에서 활동했던 프로 골퍼였는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프랑스에서 오른쪽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을 잃고 말았다. 영국으로 후송되면서 골퍼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비관하던 존스는 아직도 골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1916년 목발을 짚고 외다리로 라운드에 나선 존스는 첫 라운드에서 83타를 쳤다.

위에 있는 당시의 사진을 보면 캐디가 골프 클럽과 목발 가지고 외다리 샷을 지켜보고 있다. 외다리로도 골프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존스는 정규코스에서 외다리 타법으로 72타를 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아직도 골프가 평생직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1923년 미국으로 이민 간 존스는 뉴욕에 정착하여 의족을 갖추고 본격적인 레슨을 시작했는데 그의 레슨 장소는 뉴욕 맨하탄의 번화가인 5th 애브뉴 상가건물 7층이었다. 존스는 야외의 드라이빙 레인지 보다는 실내에서 가르치는 것이 학생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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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어니스트 존스의 스윙.


골프선생 존스의 가르침이 큰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뉴욕의 프로골퍼들을 포함하여 많은 골퍼들이 존스의 레슨을 줄 서서 예약하기 시작했고 존스는 년간 3000회의 레슨을 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레슨비는 프로나 아마추어를 구분하지 않고 시간당 5달러였는데 1925년 US Open 우승 상금이 50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존스의 수입은 유명 프로선수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다른 라이벌 티칭프로들이 연간 600회 정도의 레슨을 했던 것과 비교해도 존스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존스는 자기만의 레슨 방법을 개발하여 활용했는데 그것을 이론화하여 저술한 책이 “클럽헤드를 스윙하라” (Swing the Clubhead) 이다. 그는 스윙을 가르칠 때 몸의 어떤 부위를 어떻게 사용하라고 가르치는 대신 클럽헤드의 움직임을 가르쳤다. 클럽헤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면 몸은 저절로 자기의 기능을 하게 된다는 간단한 이론이다.

존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유명 골프클럽의 헤드 프로로 초대 받아 근무하기도, 미국 PGA의 정기 총회에 초대되어 그의 스윙 이론을 소개할 기회도 있었다. 존스가 자기의 레슨 방법과 스윙이론을 소개하자 PGA의 회장인 호턴 스미스는 “스윙이론이 너무 간단해서 회원인 티칭프로들이 레슨을 많이 팔지 못하겠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존스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골프 선생 리스트의 톱 5 이내에 랭크되는 선생으로 존경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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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존스의 골프 교습서적.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어니스트 존스는 역경을 이겨내고 골프에 대한 열정을 지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케이스였다. 존스 이외에도 한쪽 팔이 없거나 다른 신체적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골퍼들이 많다. 골프가 끊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스포츠라는 증거이다.

요즈음처럼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날에 아무 장애가 없는 건강한 몸으로 라운드에 나가서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스윙과 싸우다가 돌아오는 골퍼가 있다면 너무나 애석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골퍼들이 코스에 나갔을 때 골프의 매력을 느끼며 행복해 하기를 바란다. 글 박노승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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