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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29]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프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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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인터내셔널에 출전하는 저스틴 토마스, 브룩스 켑카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진=유러피언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31일부터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경제도시 알무루즈 커뮤니티의 로열그린스 골프장(파70 7010야드)에서 논쟁이 되는 골프 대회가 열린다.

유러피언투어가 결성된 지 47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처음으로 사우디인터내셔널(총상금 350만달러)을 개최한다. 사우디아라비아(SBIA)의 후원으로 아부다비HSBC챔피언스, 오메가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 이어 중동의 3주 연속 열리는 대회의 마지막으로 개최된다.

선수 출전으로 논란이 되다 신설 대회지만 출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생겼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을 사우디 왕실이 사주했다는 의혹이 짙은 가운데 이에 대한 특별한 조처없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여겨지기 위한 골프 대회를 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출전 선택도 부분적이지만 갈렸다. 유엔아동기금(UNICEF) 홍보대사인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대회를 보이콧했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포함해 브룩스 켑카(2위), 더스틴 존슨(3위), 브라이슨 디섐보(5위) 등 대다수의 세계 상위 랭커인 미국 선수들은 이번 주 자국에서 열리는 인기높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을 포기하고 이 대회에 출전한다.

100만 달러 정도의 초청료를 받고 출전하는 이들 선수들은 “정치적인 견해와는 별도로 골프 선수로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총상금은 미국 대회의 절반이지만, 우승 상금에 준하는 초청료는 그들이 거절하기 어려운 매력 포인트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CEO 역시 “중동은 여러 측면에서 유러피언투어와는 밀접하고 중요한 곳”이라고 개최 의의를 부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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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은 올해 중동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명칭. 골프장은 각 나라별 18홀 이상 골프장 갯수.


중동에서 열리는 6번째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러피언투어가 30년전 중동에 처음 진출했던 두바이데저트클래식 이래로 17년 만에 중동에서 개최하는 6번째 국가가 됐다. 바레인의 로열골프클럽에서는 2011년에 일과성으로 한 번 볼보골프챔피언스를 개최한 적이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러피언투어에 진입한 오만은 올해 역시 2월말에 오만 무스캇에서 오만오픈을 2회째 개최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의 골프 대회 개최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고 권장할 일이다. 이전의 왕정국가가 가졌던 전제적이면서 일방적인 통치 방식이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규칙과 룰이 소수 권력자의 명령을 앞서는 시스템이 구현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저술한 뉴욕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L. 프리드먼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골프가 없으니 골프의 보급이 세계화다’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가능할지 모르나 골프장이 총 5곳 있는 이란이나 레바논도 장차 골프대회를 열게 된다면 이들 역시 문명국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고 골프를 통한 문화 소통은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한 곳도 없는 이라크에도 정규 골프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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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인터내셔널이 열리는 로열그린 16번 홀. [사진=유러피언투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급 코스
유러피언골프디자인의 데이브 심슨이 설계한 로열그린스 골프장은 홍해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다. 이슬람의 2개 절대 성지인 남쪽 메카에서 메디나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다. 골프장 설계는 2008년에 시작했지만 16번 홀을 조성할 때 세계적인 경기 하락으로 6년간 중단되었다가 2017년 11월에 드디어 개장했다.

페어웨이 잔디는 바닷가의 짠 모래에 잘 견디는 파스팔룸을 심었고 골프장 밖으로는 사막에 가까운 마른 땅이지만 홀마다 벙커도 많다. 홍해 옆에서 티샷을 하는 파3 16번 홀이 시그니처 홀일 듯하다. 마지막 홀은 모래사막과 워터해저드를 건너는 전장 607야드의 파5 홀이다.

설계자인 심슨은 전략적이라고 자랑한다. “홀 디자인은 다양한 방면으로 홀을 공략하도록 조성해 위험-보상(risk & reward)의 체계가 뚜렷한 샷 메이킹 코스다. 홍해의 변화무쌍한 바람이 불어오면 코스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도전적인 코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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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7홀 잔디 코스를 가진 디랍 골프장 코스맵. 주변으로 황색은 모두 모래땅이다.


잔디 골프장 5곳 사막 골프장 7곳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 이상을 보유한다는 사우디에 골프코스는 12개의 코스가 있는데 5곳은 잔디가 깔렸고, 나머지 7곳은 인조매트를 들고 사막 페어웨이에서 샷을 하고 초록의 그린이 아닌 ‘브라운(Brown)’을 가진 사막 코스다. 갈색 아스팔트 잔여물과 모래의 혼합물로 다진 땅인 브라운이 공을 굴려서 홀에 넣는 그린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프 역사는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오래지 않다. 전 세계 골프장 정보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에 따르면 수도인 리야드에는 27홀인 디랍 골프장과 함께 정규 18홀 골프장은 두 곳이다. 한국 교민들도 종종 이용하는 리야드 골프클럽, 노파리조트, 아리조나, 인터내셔널은 9홀 규모의 잔디 코스다.

디랍골프장은 1940년대 미국계 석유업체 연합회사인 아람코의 출장 근무자들이 수도 지야드로부터 55킬로미터 떨어진 디랍 계곡에 9홀 사막 코스로 처음 조성했다. 잔디를 심고 18홀(화이트티 파72 7280야드)의 잔디 골프장 외양을 갖춘 건 1998년이다. 이 코스에서 파3 16번 홀은 유일하게 워터해저드를 건너 치는 홀이다. 이후 짧은 파3 9홀을 만들어 해가 떨어지면 라이트를 켜서 라운드하도록 했고 지금은 드라이빙 레인지도 운영된다. 2001년 들어 제 1회 사우디아라비안내셔널아마추어챔피언십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0회 대회를 개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골프연맹단체가 있고, 여기서 골프 선수들을 키우고 육성하고 있는 만큼 세계 최고의 랭커 132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 사우디 선수가 3명 초청 출전한다. 아마추어인 압둘라만 알 만수르, 사우드 알 샤리프다. 세계 골프 랭킹으로 따지면 2004위다. 프로로는 오트만 알 물라가 출전하는데 순위는 역시 2004위다.

지난해 처음 열렸던 오만오픈에서는 오만의 아마추어 골프 선수를 초청했었다. 오만은 술탄이 지배하는 나라지만 퀄리파잉 대회까지 치러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아 오만오픈에 초청했다. 골프를 통한 세계화는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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