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용준 KPGA경기위원의 ‘새 골프룰 체험기(3)’- 페널티 구역과 코스 수리
이미지중앙

김용준 위원은 내년에 적용되는 룰로 라운드를 했는데 버디를 5개나 잡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내년 초부터 적용되는 새 골프규칙으로 미리 라운드 한 김용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경기위원의 경험담 마지막 회다. 이미 두 편(8일, 14일자 동일 제목)이 나갔으니 아직 안 본 독자라면 찾아보고 오면 더 좋을 것이다.<편집자 주>

시원한 음료수로 더위를 달랜 우리는 잠깐 쉬었다가 후반을 시작했다. 후반 첫 홀(1번홀)에서는 바뀐 규칙 덕을 봤다.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가 보긴 했지만. 그는 내 퍼트선을 질끈 밟고 지나갔다. 옛 규칙 같으면 욕을 먹어도 싸다. 스파이크 자국을 고칠 수 없으니까.

새 규칙에서는 욕먹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퍼팅 그린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할 수 있게 규칙이 바뀐 덕분이다. 스파이크 자국을 낸 사람이든 플레이어든 아무나 고치면 되니 그냥 넘어갔다. 규칙이 바뀌었다고 해도 퍼트선을 밟아 놓으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삼갈 일이다.

스파이크 자국을 고치면서 보니 그린이 까맣게 타서 죽은 부분이 보였다. ‘요것도 수리하면 어떻게 될까’ 잠깐 생각해 봤다. 수리하면 안 된다. 앞으로 이 문제 때문에 공식 경기에서는 시비가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린 손상이 자연에 의한 것인지 사람이나 동물이 낸 것이지를 두고 말이다. 하여간 내 버디 퍼트는 안 들어갔다.

이미지중앙

벙커에서 우연히 클럽이 모래에 닿아도 내년부터 벌타가 없어진다.


후반 세번째 홀(3번홀)에서는 내 티 샷이 벙커에 들어갔다. 모래가 푸석푸석해서 여러 번 빈스윙을 했다. 그러면서 샷 하기 전에 내가 만든 발자국을 발로 골랐다. 옛 규칙대로라면 모래를 테스트 한 것이 돼서 2벌타를 받을 일이었다. 새 규칙으로는 아무 탈 없다. 모래를 치면서 연습 스윙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손이나 클럽 등으로 모래 상태를 테스트 하지 않으면 괜찮다. 물론 샷 하기 전에 클럽을 볼 뒤 모래에 대는 것은 앞으로도 벌타다. 룰은 잘 알았지만 벙커샷은 실수해서 이 홀에서 나는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2오버파가 된 상황.

다음 후반 네번째 홀(4번홀) 파4에서는 94미터를 50도 웨지로 홀 한 발 거리에 붙여서 버디. 이어지는 후반 다섯번째 홀(5번홀) 짧은 파4에서는 그린 사이드까지 티샷을 날리는 기염을 토한 뒤 기가 막힌 어프러치로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여담이지만 영어로는 백투백(back to back) 버디라고 한다는 것은 아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다시 이븐파가 됐다.

후반 여덟번째 홀(8번홀)에서는 순서에 상관 없이 플레이 한 덕을 톡톡히 봤다. 200야드 남짓한 파3 홀이다. 맞바람을 감안해 하이브리드로 쳤는 데도 한참 짧았다. 나중에 세 보니 서른 두 발짝이나 됐다. 58도 웨지를 빼들고 가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캐디에게 54도 웨지를 달라고 했다. 캐디가 잘못 알아듣고 62도 웨지를 가져왔다. 순서 상관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새 규칙이 아니었다면 내가 좀 서둘러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내가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퍼팅을 했다. 나는 여유를 갖고 54도 웨지로 어프로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샷이 덜커덩 하더니 홀로 들어갔다. 버디 하나 추가하면서 다시 언더파가 됐다.

마지막 홀은 파를 기록해 후반에 2언더파를 기록했다. 전반 스코어가 궁금한 독자는 지난 회를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새 규칙을 적용해 본 첫 라운드였다. 나뿐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새 규칙에 아주 만족했다. 나는 버디를 다섯 개 해서 기분이 좋아서 그럴 테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플레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특히 깃대를 꽂고 퍼팅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캐디가 퍼팅 그린에서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려도 된다는 새 규칙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이미지중앙

내년부터 페널티 구역의 루스임페디먼트는 벌타없이 제거할 수 있다.


물론 동남아 골프장이라 1인 1캐디로 라운드 해서 더 두드러졌겠지만. 프로 대회 1부 투어에서는 이 규칙(캐디가 볼 마크하고 집어 올릴 수 있는)이 톡톡히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벙커에서 자잘한 실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높이 샀다. 로터스밸리골프리조트는 페널티 구역(새 규칙에서 정한 용어이다. 더 이상 해저드라고 부르지 않는다)이 너무 매끈해서 새 규칙을 적용할 기회가 없었다.

바로 페널티 구역에서 연습스윙을 해도 된다거나 클럽을 바닥에 대도 된다는 새 규칙 말이다. 코스를 늘 깔끔하게 관리를 한 탓에 벙커와 페널티 구역에서 루스 임페디먼트(낙엽이나 나뭇가지 따위)를 건드려도 벌타가 없다는 새 규칙의 혜택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제 새 규칙을 적용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규칙 전문가인 경기위원인 내 눈으로 보기엔 악용할 소지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가 친선으로 골프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도록 규칙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더 쉬워진 골프 규칙을 따라서 더 빠르고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쉬워졌어도 적어도 한 번은 공부하고 넘어가야 망신을 안 살 것이라는 말은 남길 수 밖에 없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