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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클래식 특집]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좇는 국가대표 임희정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춘천)=남화영 기자] “이번 주 일요일이 18번째 생일입니다. 우승을 생일 선물로 받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국가대표 임희정(17 동광고 3년)이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 둘째날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깜짝 선두에 올랐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 곧바로 나온 이 대회에서 단독선두라니... 임희정 본인도 놀랐는 지 "우승은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 언니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31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 6757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했다. 좁은 페어웨이에 깊은 러프, 빠른 그린으로 무장한 메이저 코스에서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한-미-일 3개국의 정상급 프로들이 대거 출전한 메이저 대회라 얼떨떨할 뿐이다. 마음 한편엔 "지난 주 아시안게임이었다면..."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임희정은 한화클래식에 처녀출전했다. 전날 1라운드는 마지막 조로 편성돼 일몰 직전 간신히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2라운드는 오전 6시 50분 첫 조로 출발해야 했다. 그런데도 첫날 4언더파, 둘째 날 5언더파다. 뭔가 일을 낼 분위기다. 161cm의 작은 체구지만 야무진 플레이를 하는 임희정이다.

임희정은 강단이 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40야드 정도인데 출전선수중 유일하게 핸디캡 1~3번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임희정은 “10번 홀에서 출발해 14번 홀에서 4번 아이언으로 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16번 홀에서는 7번 아이언으로 5m 버디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2번 홀에서는 운좋게 10m 버디가 들어갔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강원도 태백 출신인 임희정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골프를 하고 있다. 중학 3학년 때인 2015년엔 YTN 볼빅여자오픈에 스폰서 초청으로 KLPGA투어에 처음 나갔다. 임희정은 절박한 마음에 숙소인 포천 베어스타운 주차장에서 어둠이 내릴 때까지 빈 스윙을 했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당시를 기억한다. “깜깜한 밤에 어린 소녀가 주차장에서 끊임없이 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궁금해 ‘누구냐?’고 물어보니 그게 임희정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골프를 하는 참 야무진 선수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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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이 31일 한화클래식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서 단독 선두로 마쳤다.


임희정이 아쉬워하는 건 주장으로 출전했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연습라운드까지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임희정 역시 공동 7위에 그쳤다. “중국 선수나 태국의 티티쿨 선수 정도를 경계했는데 필리핀 선수가 갑자기 우승할 줄몰랐어요. 박소영 코치님이 지나간 대회의 아쉬움은 잊고 한화클래식을 잘 준비하라고 말씀해 위로가 됐죠.”

임희정은 오는 10월말 KLPGA 정회원 테스트에 도전한다. 합격하면 시드전을 치른 후 내년 KLPGA투어에 데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한화클래식에서 우승한다면 모든 걸 생략할 수 있다. 그래도 임희정은 겸손하다. “여기서 우승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코스 특성상 욕심이 화를 부를 수 있거든요. 이틀간 열심히 했으니 남은 라운드도 욕심없이 치를 거에요.” 하지만 매서운 눈매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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