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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현에 이태희,문도엽까지..그들의 우승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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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코오롱 한국오픈을 앞두고 대회장인 우정힐스CC에서 김윤경 부장과 왁의 후원선수들이 연습라운드 도중 7번 홀 티박스에 마련된 와키 캐릭터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태희, 김윤경 부장, 조병민, 케빈 나, 문도엽.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문도엽(27)이 지난주 열린 제61회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외친 ‘왁~’은 6년 만에 힘들게 우승한 기쁨의 구호였지만 그가 입고 있는 코오롱 골프웨어 브랜드인 왁(WAAC)의 이름이기도 했다.

몇 년 새 붉은 악동 캐릭터 와키(Waacky)를 단 선수들의 우승이 이어지고 있다. KPGA투어에서는 지난 5월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이태희(34)가 3년 만에 2승째를 거둔데 이어 문도엽의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왁은 작년 김지현(27)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 김지현은 오랜 무명생활의 터널을 걷다 왁을 입고 날아올랐다. 김지현은 투어 데뷔후 125번째 대회인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거둔데 이어 내셔널타이틀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과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3승을 거두며 KLPGA투어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왁의 후원선수인 조병민(31)이 일본남자프로골프(JGTO)투어 데뷔전인 간사이오픈에서 덜컥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브랜드 런칭 3년차에 불과한 왁이 매년 챔피언을 배출하는 건 아마도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기운 때문일지 모른다. 왁(WAAC)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리한다(Win at all costs)’의 약자다. 그게 아니라면 우승할 만한 선수들만을 잘 골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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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선수권 우승후 왁~세리머니를 외치는 문도엽. [사진=KPGA]


문도엽의 '왁' 함성
김윤경(46) 코오롱FnC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부장은 사내에서 ‘왁 엄마’로 불린다. 3년 전 왁 브랜드를 만들고 런칭했으며 후원선수를 선발한 주인공이다. 우승 가능한 좋은 선수를 고르고 영입하는 건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우승할 만한 선수는 전문가가 알아보는 법. 김 부장은 1994년 KLPGA 정회원 93번의 고참 선수 출신이다. 정일미, 전현지 프로와 동기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여느 골프의류 브랜드 담당자들보다 선수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운이 좋아서 우승하는 선수들과 함께 했죠. 비결이란 게 따로 있나요.” 고수일수록 비결을 함부로 꺼내지 않고 눙친다.

김 부장은 선수 선발의 원칙이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골프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인성, 바른 생활자세 등 경기외적인 면을 먼저 본다. 그런 걸 갖춘 선수들은 현재 성적이 나지 않아도 언젠가는 꼭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김지현과 조병민, 이태희, 문도엽 모두 그런 기준으로 선발한 케이스다.

문도엽은 2013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후 7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스윙이 좋고 노력도 열심이지만 우승이 없어 매년 시드 걱정을 하던 문도엽이 왁을 입은 건 지난해부터다.

“문도엽 선수는 2015년말 상금 랭킹이 99위였고 2016년 말에는 20위로 올라 있었어요. 페어웨이 적중률이나 그린 적중률 등 세부 테이터는 별로였어도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였지요. 사전에 인터뷰를 하는데 우승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어요. 또 바른생활 사나이더군요. 의류 후원 첫해인 지난해 상금 랭킹이 33위로 떨어졌지만 언젠가 곧 우승하겠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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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가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KPGA]


이태희의 목마름
이태희는 올해 처음 왁을 입었다. “예전에 제가 선수생활을 해서 그런지 선수, 코치 등 골프계에 다양한 인맥이 있고 선수들 소개가 종종 들어옵니다. 이태희 선수는 지인 소개로 지난해 11월 만났지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잘 준비된 느낌이었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말하는데 우승에 목말라 있었죠. 골프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너무 맘에 들었어요. 올해 우승은 기대했지만 큰 대회인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덜컥 우승하리라곤 예상못했어요.”

김 부장은 2016년 왁 브랜드를 처음 런칭했을 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시드를 막 받은 조병민에게 왁을 입힌 것도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주로 스윙과 옷 맵시를 보지만 그에게는 캐릭터도 조언했다. “프로필을 봤는데 콧수염이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만나보니 어머니의 반대로 수염을 깎았더군요. 저는 콧수염을 캐릭터처럼 기르라고 했어요. 그리고 출전한 데뷔 무대에서 거짓말처럼 우승했죠.”

캐릭터가 차별화되고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케빈 나, JGTO투어에서 조병민이 활동해서인지 미국과 일본에서 인터넷 판매나 총판 제안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브랜드가 해외로 나간다는 건 그만큼 상품성이 있다는 얘기죠. 조만간 해외에도 나갈 것 같습니다.” 한국 골프 의류 브랜드가 해외에 나간다는 건 용품 수출 이상으로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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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승을 거둔 김지현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또 우승했다. [사진=KLPGA]


김지현의 공들임
김지현은 지난해 의류 계약을 했지만 실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고 털어놨다. “우승은 없지만 실력도 10위권으로 좋았고 골프에 대해 진지한 선수였고 자기관리도 뛰어났어요. 2016년 말 마침 다른 의류 브랜드와의 계약이 완료된 뒤로 만나서 ‘우리 브랜드와 함께 우승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득했어요.”

2016년에 왁이 런칭할 때 케빈 나(나상욱)는 코오롱 엘로드에서 왁으로 옮겨왔고, 최혜정2까지 세 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후원선수가 9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0명이 됐다. 김 부장은 새로 후원하는 선수가 왁을 입고 첫 우승을 일궈내는 걸 보면 신기하고 고맙다고 한다. “최근 3년 새 여러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해줘서 이제는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됐어요. 우승한 선수들에게 물론 감사하고, 우승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도 왁이 힘이 됐으면 해요.” 지난해부터 후원하는 장은수(20), 전우리(20)도 왁을 입는 우승후보들이다.

3년에 불과한 젊은 골프 의류 브랜드인 왁이 단숨에 인지도가 급상승한 건 단지 선수들의 우승 덕분만은 아니었다. 호감이 가는 캐릭터의 설정에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이 맞물렸다. 첫해는 현대무용을 하는 춤꾼들이 등장해 댄스 배틀을 벌이는 광고가 히트했다. 와키 캐릭터는 악동 이미지와 함께 진화했다. 날개를 달거나, 망토를 두른 와키가 나오면서 브랜드 가치도 함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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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민은 일본 진출 데뷔전인 2016년 간사이오픈에서 우승했다.


젊은 세대에게 알려진 브랜드와 콜라보(협업)를 통해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지난해엔 여성 캐릭터 캐주얼에서 인기가 높은 럭키슈에트와 콜라보한 와키슈에트를 만들어내더니 올해는 지난달14일부터 코카콜라와 콜라보를 진행중이다. 김 부장은 “똑같이 레드를 메인 컬러로 하고, 청량감 있는 느낌을 여름에 맞춰 담았습니다. 반응도 좋아요. 기존 골프의류업체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쓰거나 매장을 넓히거나 하는 방식과 달리 저희는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흥겨운 브랜드를 지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쯤이면 우연을 가장한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 깔려있다고 볼 만하다. 3년에 불과한 브랜드가 여기저기서 ‘왁~왁~’하는 우승 고함을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 우승한 남자 선수들이 유난히 ‘왁’하는 포효 세리머니를 많이 내지르는 것 같다. 혹시 그것 역시 왁과의 콜라보가 아닐까? 어쩌면, 아니지 아마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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